우리에게는 부자가 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다. 2010년도 당시 피자 한판 값이던 비트코인을 장난 삼아 사모았다면, 온 국민 모두가 부동산 폭등에 열광하던 2020년도에 아파트가 있었다면, 코로나가 불어닥친 2019년도에 폭락한 주식들을 싼값에 사서 2년만 버텼더라면 우리는 모두 부자가 되어 지금쯤 여유롭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하락장이다.’, ‘인플레이션 위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다.’라는 위기론이 팽배한 와중에도 미국 나스닥의 AI관련주들은 연일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다.(게임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엔비디아주식을 안산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처럼 되돌아보면 돈을 벌 수 있었던 기회는 수없이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에는 그것이 기회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비트코인은 너무 장난 같았고, 부동산은 추격매수하기에는 너무 가격이 높았으며, 코로나 시국은 우리 모두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공포감에 사로 잡혀 있었다. 기회는 이처럼 지나간 과거시점으로 보면 눈앞에 뻔히 보이는 오아시스와 같지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그 시점에서 보면 뿌연 신기루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역사는 반복되고 기회도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그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보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투기적 광풍에 휩싸여 패가망신은 당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기회의 마지막 끝부분은 투기의 끝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재테크와 같은 돈을 벌려는 행위에 대해 '~에 투자한다.'라고 표현한다. '부동산에 투자한다.', '주식에 투자한다.', '사업에 투자한다.'와 같은 말을 할 때 투자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부동산 투기꾼, 주식 투기꾼, 가맹사업 투기와 같은 말에 쓰이는 투기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투자와 투기의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상승장에서 투자를 할 것인지, 투기를 할 것인지에 따라 내 재산이 불어날지, 몽땅 날아가 버릴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치투자의 아버지'이자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랜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란 철저한 기업 분석을 통해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투기는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행위를 투기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투자와 투기의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주식을 잘 분석할 수 없는 일반인들의 경우 은행 정기예금에 투자하는 것 또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 정도가 투자가 될 것이고,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대형주를 사는 행위는 투기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투자를 한다는 미명하에 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들의 투자가 모두 망한 이유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겠다. 우리만 투자로 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과학자 뉴턴도 투자에 실패해 '내가 천체의 움직임은 알아도 사람들 불같은 욕심은 모르겠다.'라고 한탄했고, 경제학의 거장인 케인즈도 투자에 실패해 킹스칼리지 대학의 재정을 위태롭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투자에 실패한 위인들의 이름을 읊어보자면 끝도 없이 읊을 수 있을 지경이다. 그러니 투자에 실패했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우리는 망하지만 않으면 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로 불리는 워렌버핏은 투자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워렌버핏 투자 격언]
'첫 번째 돈을 잃지 마라.'
'두 번째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마라.'
망하지 않기 위해 오늘은 특별히 '금융투기의 역사'란 책을 읽었다. 망하는 것보다는 잘되는 것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어제 같지만, 실제로 투자에 실패하고 보니 망할 때 어떻게 망하는지를 잘 아는 것이 더 중요했다.
'금융투기의 역사'는 네덜란드 튤립버블광풍부터 현대 일본 버블경제붕괴까지 금융투기열풍이 불었던 중요한 역사적 시점을 조명하고, 그 시대 사람들이 보고 느꼈던 투기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각 시대마다 거의 비슷한 과정으로 투기열풍이 불고 충격적인 붕괴를 맞이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투기광풍에 휩싸여 망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1637년대 튤립버블 때는 튤립 한뿌리에 집 한 채 값인데도 불구하고 튤립을 사서 한탕 벌어보자는 욕심이 가득했고, 얼마 지나지 않은 1710년대의 영국 주식회사 광풍 때는 주식에 복권을 껴서 파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음에도 사기꾼 같은 주식 브로커들에게 속아 주식을 사재기하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금융투기의 역사는 1900년대 초 대공황에도 비슷하게 전개되었고, 일본 버블붕괴도 붕괴 직전까지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하니 이런 금융투기의 역사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 이런 반복되는 투기의 역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통틀어 금융투기광풍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딱 한 사람만 언급되는데, 1700년대 주식시장 광풍에서 우연히 살아남은 가난한 미망인 밖에 없다. 이 가난한 미망인은 채권자들이 돈을 갚지 않아 돈 대신 주식을 대신 받았는데, 이 주식을 얼마 안 가 처분해 때부자가 된 특수한 케이스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되려 열심히 돈을 벌려고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망했다는 역사만 있어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다음번 상승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 도통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 책에서 투자와 투기에 대해 정의하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투자란 성공한 투기를 의미하고, 투기란 실패한 투자를 의미한다.'는 부분이다. 이처럼 내가 성공하면 투자자가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처량한 투기꾼이 되는 것인데, 앞으로 정말 투자자의 삶을 살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시 벤저민 그레이엄 옹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철저한 분석', '원금 보장'이 두 가지 키워드를 이렇게 풀어서 해석해 보자. '철저한 분석'은 내가 투자하는 대상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투자가치가 있는지, 즉 '비싼지 싼 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금 보장'이란 내가 돈을 날릴 확률보다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이 큰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다. 맹목적인 원금 보장을 정말 '보장'하는 상품은 은행 예금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론은 하나다.
투자자 혹은 성공한 투기꾼이 되려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