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머리 독서법
“당신은 천재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저는 독서 천재입니다.”
어릴 적부터 꿈이 있었다. 글을 한번 보고 싹 다 이해하고 외워버리는 천재가 되고 싶다는 꿈이었다. 약간 초능력 같아 보이는 꿈이라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뭐 어린 시절은 모두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하지 않는가? 다만 나는 아직도 어린이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점에서 철이 덜든 어른임에 틀림이 없다.
아직도 내가 천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에는 궁금한 것, 신기한 것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단한 문학, 미술, 음악 작품들이 너무 많은데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런 위대한 예술을 즐겨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건 또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남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을 뽐내는 수준을 넘어서 지식과 지혜가 차고 넘쳐서 억지로 뽐내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나오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30대 후반이 되어 다시 책을 읽은 것도 이런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싶어서였다. 물론 시작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책 많이 보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상술에 넘어가 다시 책을 든 것이다. 그러나 그 많던 주식책, 트레이딩책, 부동산 책들은 어느새 먼지가 쌓여 있고, 재미있게 본 뇌과학책, 경영 관련 책, 심리학 관련 책들만 손때가 많이 묻어있다. 그렇게 사리사욕에서 순수한 호기심으로 나의 독서여정은 다시 어린 시절의 천재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하면 독서로 천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독서법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왔다. 일본의 최고 다독가로 알려진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에서 다독의 필요성을 알았고, 황농문 교수의 '몰입'을 통해 집요하게 질문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자세와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짐 퀵의 '마지막 몰입'에서는 누구나 독서 천재, 학습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 모두 좋은 책들이고 나의 꿈을 계속 간직하도록 나를 북돋아준 책이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조금 특별하다. 첫사랑이 누구에게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듯 나에게 '야 너도 독서 천재 될 수 있어!'라고 다독여준 첫 번째 책이 있는데, 바로 '공부머리 독서법'이다.
'공부머리 독서법'은 십수 년간 독서교육에 헌신해 온 저자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공부 잘하는 독서가로 키울 수 있을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이 꼭 필요한지를 역설하는 책이다. 나는 첫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 시작할 무렵 이 책을 만났다. 당시에 이 책을 고를 땐, 아이에게 독서 교육을 잘해주고 싶은 부성애가 활활 타올라 무심코 책을 골랐던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책은 내 아이에게 필요한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애 늙은이인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책이었다.
왜 독서가 필요한가?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독서를 잘해야 한다고. 더 심각하게 말하자면 독서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니 그럼 수학, 과학 같은 과목도 독서만 잘하면 된다는 말인가? 놀랍게도 저자의 대답은 'YES'다. 청소년 수준의 지식을 뛰어넘는 독서 능력을 함양하기만 하면 교과서는 애들 장난에 불과하고, 독서를 통해 어떻게 학습을 해야 할지 학습법이 완성되기 때문에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나는 저자의 주장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서를 잘하면 국어, 영어는 당연히 잘하게 되는 것이고, 과학책을 섭렵하면 교과서 수준의 과학은 껌이다. 문제는 수학인데, 수학은 재능의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국어, 영어, 과학을 공부할 시간을 아껴 수학에 학습시간을 대거 투입할 수 있다면, 독서능력이 수학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독서가 중, 고등 학습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럼 왜 내가 이 책을 읽고 나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는지 설명해 보자. 솔직히 나는 독서에 대한 맹신은 없었다. 독서로 인생이 변한다거나 독서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니 하는 그런 믿음은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을 때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내 눈에 쏙 들어왔다.
지식도서 다독가들은 거대한 고래가 바닷물을 집어삼키듯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집어삼킵니다.
그게 무엇이 됐든 매일 새로운 지식을 자양분으로 삼아야만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그 결과 그들은 더 강한 '광통신망', 압도적 지식, 세계를 꿰뚫어 보는 눈을 얻습니다.
... <중략>... 학습에 있어서 이들은 초능력자에 가깝습니다.
-최승필, [공부머리 독서법] p.257
지식도서 다독가는 초능력자에 가깝다니! 이건 내가 원하던 답이 아닌가? 그래 이 것이었다. 무엇이든 읽고 바로 이해해 버리고 심지어 암기까지 가능한 초능력. 이 것이 내가 찾던 능력이었다. 그럼 이 능력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지식도서 다독가는 4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활자중독형이다. 그냥 도서관은 내 밥이라고 생각하고 게걸스럽게 책을 먹어치우는 유형이다. 두 번째는 탐구형이다.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고구마 줄기를 캐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에서 답을 구하는 유형이다. 세 번째는 마니아형이다. 관심 있는 분야만 죽어라 파는 유형으로 일종의 덕후라 보면 된다. 네 번째는 활용형이다. 책에서 얻은 지식을 실생활에 바로바로 적용하는 유형이다.
나는 무슨 유형의 지식도서 다독가가 될 수 있을까? 일단 빌게이츠나 워런버핏 같은 활자중독자는 아니니 패스. 덕후라고 하기에는 한 가지에 몰입하는 분야가 없으니 마니아형도 패스. 궁금한 분야가 생기면 관련 책을 사서보고,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은 책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니 나는 탐구형 내지 활용형에 가까울 것 같다.
좋다, 이제 방향은 정해졌다. 탐구형, 활용형 지식도서 다독가가 되어보자. 그럼 무엇부터 시작해 볼까? 공부머리 독서법 저자는 중학교 때 몹쓸 병을 앓아 병실에서 책을 읽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심코 집어든 책이 있는데 그 책은 어렵다고 소문난 과학책 ‘코스모스’였다고 한다. 병에 걸리고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저자는 홀린 듯 코스모스를 열 번 넘게 읽었다고 한다. 이후 저자는 병을 이겨냈고, 밀린 중고등학교 공부를 몇 개월 만에 독파하게 되는데, 병실에서 읽었던 코스모스의 힘이 컸다고 한다.
자, 먼저 덮인 책꽂이를 바라보니 ‘코스모스’가 있다. 휴지로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나는 이 책을 10번 읽을 것이다. 그래서 지식도서 다독가가 되는 첫걸음을 뗀다. 내가 꿈꾸던 초능력을 얻기 위해 독서 천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2주일 동안 코스모스를 10번 읽고 브런치에 사후보고를 할 것이다. 어떻게 내가 문리(文理)를 깨치게 될지 생생한 리포트를 써보려고 한다.
기대하시라! ‘독서 천재 첫걸음’ 개봉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