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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en Maker 배원열 Jun 23. 2024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17화 외벽 패널 작업의 시작!!

골조에 드디어 패널을 붙이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우선 패널을 놓기 전 맨 하단에는 태고합판을 켜서 바닥에 고정시켜 주었다. 아연 U 바를 바닥에 고정시키기 위해 밑작업을 했는데 사실 쓸데없는 작업이다. 지금 하라고 하면 태고합판을 깔지 않고 U 바를 바로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시킬 것이다. 왜 이리 어렵고 힘들게 작업을 했는지...

기술도 경험도 없이 저지른 쓸데없는 공정이었다.


모르면 몸으로 고생을 하는 수밖에...

그래도 뭔가 했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내심 뿌듯해했다.


패널의 구조를 보면 하단은 암놈구조로 되어 있고 상단은 수놈구조로 만들어져 있어 암수를 끼우는 방식으로 쌓아 올라간다.

왼쪽 숫놈 오른쪽 암놈

하단의 암놈 날개를 잘라주어야 맨 하단 첫 장 시공 시 U 바의 안쪽 바닥에 밀착시킬 수 있다. 패널 첫 장 시공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은 암놈 날개를 자르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7인치 원형톱에 패널절단용 날을 장착시키고 쭈~욱 잘라내는데~ 6m 참으로 길다. 패널 잘리는 소음이  귓속을 파고든다. 패널로 건물 한 층을 돌리려면 패널의 날개 외철판 56m + 내철판  56m 총 112m를 잘라내야 한다.


한참 패널을 자르다 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귀는 이미 내 귀가 아니었다. 급한 데로 비니모자로 귀를 덮어보지만 소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도 처음 해보는 작업이어서 그런지 패널이 잘리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반듯하게 자르기 위해 나름 원형톱 가이드레일도 만들었다. MDF로 만든 가이드레일은 내 인생 최초의 원형톱 가이드레일이었다. 처한 환경과 상황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이 맞다. 아이디어 상품이 이렇게 탄생하나 보다.

이 가이드레일은 몇 년 뒤 '원형톱 사용방법'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찍는데 등장하게 된다. '원형톱 사용방법' 영상을 보시고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이도 들어왔고 심지어 어떤 구독자분은 직접 찾아오셔서 만들어 가기도 하였다.


유튜브 영상 주소 : https://youtu.be/E2ghNHlISRs?si=Qj6wJxTrky17w9YT


이제 패널을 U 바 위에 올려 직결나사로 기둥에 고정시키면 되는데 역시 경험부족으로 철 뚫는 비트로 패널 철판 뚫고 기둥 뚫어서 직결나사를 박았다. 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더 쉬운 방법이 있는데 그걸 몰라서 이렇게 어렵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잘한 것이 있다면 첫 패널의 수평을 잘 잡아서 고정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방법이었다. 레이저 레벨기로 수평을 잡으면 쉽고 정확한데 수평계를 올려놓고 수평을 잡았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렇게 패널 시공의 시작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족한 기술과 경험은 실전에서 생고생을 하며 성장해가고 있었다.


드릴비트로 구멍을 뚫고 직결나사 박기를 수차례... 너무 힘들게 작업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직결나사로 한 번에 패널과 기둥을 뚫어 박아~" 어깨와 손목이 너덜너덜해진 후에야 이 쉽고 빠른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아버지께선 아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한참을 보시다가 힘들어하는 아들이 안쓰러우셨는지 조심히 작업방식을 바꿔보라 권해 주셨다.


드릴비트로 두꺼운 각관을 뚫는 작업은 너무나 힘이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드릴비트의 마모로 각관은 점점 뚫기가 힘들어진다. 돈 낭비, 시간 낭비, 체력 낭비 참으로 실속 없는 작업방식이었다.


직결나사로 한 번에 뚫어 박으니 작업이 편해지고 속력도 5배나 빨라졌다. 부족한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속 깊은 부모님, 아내, 아이들이다.


그렇게 패널로 한 층을 건물 사방으로 돌리고 현관문도 설치했다. 한 층을 돌리고 문이 생겼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상태이다. 기존과 달라진 것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문이 있는 곳으로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층 패널 작업부터는 사다리에 올라서서 직결나사를 박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 창문을 함께 설치해야 하는 구간이다. 창문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패널을 창문틀 사이즈에 맞게 절단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패널 회사에서 상담을 받았을 때부터 창문 설치는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그나마 도움이 되는 부분은 창문이 패널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것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문의 크기가 패널의 폭 1m 보다 넓은 1m 20으로 생산이 되다 보니 패널을 잘라내 크기를 맞추어 창문틀 바깥쪽 날개안으로 패널이 들어갈 수 있도록 작업해야 한다.

쉬운 작업이 아니기도 하고 처음 하는 작업이기에 시작도 전에 마음의 부담이 컸다. 하지만 지금껏 해온 것처럼 일단 밀어붙여본다.



사진에서 보이는 방식으로 패널 일체형 창문을 설치하였다. 패널과 창문틀이 딱 들어맞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두 번째 패널층을 쌓고 창문을 설치하고 나니 문도 있고 창문도 있는 집처럼 느껴졌다. 건물 안쪽이 아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땐 알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건물의 단열을 위해서는 이중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때까지 단창과 이중창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그냥 유리로 된 문은 창문이라 생각하는 수준이었다. 창문과 문이 생겼다고 마냥 기뻐하고 좋아했던 우리였다.


건물의 남쪽벽면과 북쪽벽면에는 6개의 패널층을 쌓아 올리고 동쪽벽면과 서쪽벽면은 박공벽면이어서 7개 패널층을 쌓을 예정인데 창이나 문이 없어 내심 작업이 편하게 이루어질 것 같아 마음의 부담이 적어졌다. 2층 창문과 문은 2층 공사할 때 할 거라고 미뤄두기로 했다. 그때의 일은 그때 고민하는 걸로~

동쪽과 서쪽의 벽면 중 최상단은 삼각형의 박공벽면이기에 대각선으로 실수 없이 잘라내야 하는 부담감은 있었다.


처음 하는 작업이기에 부족함 투성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과 부담감으로 잠을 설쳤다. 눈을 감고 있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방법을 모색하다가 눈을 뜨는 순간 답을 찾는 일상이 이어졌다. 눈을 뜨는 순간 얻은 답은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하고 쓸모없이 버려지기도 한다.

새로운 환경과 작업을 맞이할 때 느끼는 걱정, 공포, 부담감은 지금도 여전히 똑같다. 달라진 것은 걱정, 공포, 부담감을 적응하고 이겨내는 속력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를 통해 얻은 삶의 지혜가 쌓일수록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는 능력이 커진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 보라!! 실패하더라도 반드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고공에서 패널작업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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