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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en Maker 배원열 Jul 22. 2024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19화 지붕패널 작업!! 크레인은 신의 한 수였다.

벽패널 작업이 끝나고 눈이 왔다. 집이나 카페에서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공사 현장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의 집 짓는 현장이 그러했다. 아직 지붕 패널 공사가 되어있지 않았기에 폭설로 인한 걱정은 늘어만 갔다.


낮에 내린 눈은 잘 치웠지만 밤새 내린 눈은 다음날 현장에 도착한 우리에게 큰 고난과 시련을 주었다. 건물 내부는 눈이 많이도 쌓여 있었다.

밀대를 이용해 눈을 치우며 뻥 뚫린 천장을 바라보는데 하늘은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파랗고 고요했다.


그렇다. 자연은 죄가 없다.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욕심을 부린 만큼 고난을 겪을 뿐이다.

인간은 그 어느 생물보다 욕심이 많을 뿐이다. 그래서 더 힘든가 보다.


오늘은 주문해 놓은 지붕 패널이 도착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집 짓는 현장으로 출근해 패널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지붕 패널을 싣고 차가 들어왔다. 딱 보기에도 벽패널보다 훨씬 두껍고 무거워 보였다.

지붕패널의 두께는 225T로 벽패널보다 두 배 이상 두껍고 길이는 5.4m이다. 내가 힘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 들어보니 중량이 어마어마했다. 너무 무거워서 작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걱정이 앞섰다. 윈치로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윈치로 잘 들어 올릴 요량으로 작업 계획을 세웠는데 첫 번째 지붕패널을 올리는 것부터가 삐걱 되었다. 300kg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윈치이지만 윈치를 매달아 놓은 비계가 휘청휘청 거리며 공포를 자아냈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윈치를 높이 설치할 수 없었기에 일정 부분 올리고 나머지는 아버지와 내가 힘으로 끌어올렸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죽지 않으려고 초인의 힘을 냈던 것 같다.

달리기는 하지도 않았는데 숨이 턱까지 올라찼다. 38장을 작업해야 하는데 한 장 올리고이지경이라니 앞으로의 작업이 걱정스러웠다.

지붕패널 첫 장의 설치는 아주 중요하다. 첫 장이 삐뚤어지면 모든 패널이 삐뚤어진다. 오와 열을 잘 맞추기 위해 패널의 하단에 처마 쪽 과  박공 쪽에 미리 선을 그어 놓았다. 그 선을 벽패널 끝선과 박공벽 끝선에 잘 맞춰 첫 장의 위치를 잘 잡았다. 이제 지붕패널 고정을 위해 300mm 길이의 긴 직결나사 패널을 뚫고 C형강 장선을 뚫고 들어가 고정이 된다. 이때 나사 구멍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마감캡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사람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장비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때가 이때였다.


경험보다 큰 가르침은 없다.


지붕패널을 한 장~ 두장~ 올릴 때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크레인을 불러서 하자고 말했고 아버지는 그냥 지금처럼 하자고 했다. 선택의 기로에 섰고 그 선택으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지 생각해야 했다.


크레인을 부르면 안전함과 편함을 얻을 수 있고 돈 50만 원은 잃는다.

지금처럼 윈치로 작업하면 돈은 절약할 수 있지만 몸이 상하고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모두의 안전이다. 지붕패널 여섯 장 작업하고 바로 중단!!

크레인 기사님에게 전화했다. 다행히 오후에 일이 없어서 바로 섭외가 가능했고 반나절 작업 50만 원으로 합의했다. 사실 100만 원을 불렀어도 할 판이었다. 그 정도로 윈치로 하는 작업은 힘들고 위험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쓸 땐 써야 한다.


아침 내내 6장 작업하면서 무리해 힘을 썼더니 허리와 팔뚝은 끊어질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크레인이 도착했다.


총 38장의 지붕패널 중 6장은 사람 힘으로 오전 내내 했는데 나머지 32장은 크레인의 힘으로 2시간 만에 모두 지붕 위에 올렸다.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50만 원에 가족 모두의 안전을 지켰고 작업은 쉽고 빨랐다. 이것이 중장비의 힘이고 돈의 힘이다.


물론 작업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패널을 빠르게 올렸다는 것이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남아 있다.

패널 한 장 올리고 임시고정을 위해 패널 하나당 직결나사 두 개만 박고 바로 또 한 장 올리고 두 개 박는 방식으로 올렸기에 빠르게 패널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을 해야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지붕 패널 하나당 24개의 직결나사를 박아야 한다.

24개 × 38장 = 456개

그중 임시 고정으로 패널하나당 2개씩  76개를 박아 놓은 것을 빼면 380개 남았다.


드릴 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열심히 직결나사를 박아 나아갔다. 드릴 소리에 빠져 작업을 하니 무아지경에 빠진다. 무릎, 허리, 어깨, 손목, 손이 힘들어도 박자에 맞춰 움직이니 몸이 힘들어도 자동으로 움직여진다.

모든 직결나사 456개를 박았을 허리와 무릎은 내 것이 아님을 느꼈다. 무거운 몸이었지만 건물지붕에 올라와 작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고 내려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바로 외부용 용마루 작업에 들어갔다.


건물의 최상단!! 패널과 패널 맞닫는 부분의 틈을 단열재와 우레탄폼으로 채우고 그 위에 용마루를 덮고 고정시킨다.

그리고 지붕골과 용마루 사이에는 틈이 생기는데 그곳은 크로샤라는 핑크색 스펀지로 틈을 메운다.


가장 높은 곳에서 일을 마치는 느낌은 또 색 다른 것 같다. 무언가 모를~~ 음~~ 성취감이 좀 더 큰 기분?ㅋ~

지붕에서 보는 저녁노을은 덤으로 받는 선물과 같았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족 모두가 봤으면 했지만 다들 오래 살고 싶은가 보다. 올라올 생각이 없었다.


정말 큰 것이 끝난 기분이다? 이제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두렵거나 걱정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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