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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en Maker 배원열 Apr 18. 2024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9화 바닥 먹줄 놓고 기둥 세우기

기둥을 세우는 데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기둥을 세우기 위해서 도면을 보고 바닥에 정확하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먹줄이다.

먹실에 먹을 머금게 하고 양쪽에서 먹실을 당겨 텐션을 높인 뒤 한순간에 먹실을 튕겨 선을 만드작업이다.

컴퓨터로 CAD 작업 시 모니터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선 긋는 작업이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작은 모래알 하나, 불어오는 바람, 먹을 머금은 실의 상태, 현장의 온도와 습도로 인한 먹실의 건조 시간, 바닥의 미세한 굴곡 들이 반듯한 선을 긋는데 오차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현장의 변수에 대응하여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자의 노련함이 필요하다.

먹줄 작업은 종이에 프린트된 도면을 현장의 바닥에 현실판으로 그리는 작업이다. 현실판 도면 위로 진짜 기둥과 진짜 벽이 세워지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작업을 한다.


먹줄 사용방법은 유튜브 Wooden Maker 채널 '먹통 먹줄 사용법'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A7 GXLBaQEvI? si=zYVYLZzw4 DSXdZu-



와이프와 함께 먹줄을 당기고 튕기기를 하며 우리 집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다. 여기는 외벽, 여기는 내벽, 여기가 사무실, 여기가 화장실 등등 우리 부부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졌다. 아직 횡~ 하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지만 먹줄을 놓으며 머릿속으로 지어질 건물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상상은 꿈을 현실로 이어주는 다리이다. 상상을 구체화하고 하나씩 현실화시켜 나아가면 언젠가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도면 데로 먹줄을 다 놓고 이제 기둥을 세울 차례인데 이 역시 그냥 세울 수는 없다. 기둥이 바닥에 튼튼히 서 있으려면 베이스판(앙카구멍이 있는 철판)을 각관에 붙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둥을 세우기 위해 베이스판 + 각관 용접을 한다.



부족한 용접실력이었지만 철판의 두께가 워낙 두꺼워 철판에는 구멍하나 생기지 않고 철을 많이 녹여 튼튼하게 접합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다만 부족한 용접실력으로 작업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12개의 기초 기둥 각관에 베이스판을 붙이는 작업을 하는 동안 아버지께선 용접이 잘 되고 있는지 중간중간 체크를 하셨다. 아무래도 아들의 용접실력이 못 미더웠던 것 같다. 솔직히 나도 나를 믿을 수가 없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날의 햇살은 따스했고 용접 열기는 뜨거웠다. 뒷머리와 등줄기에는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렸고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은 뜨거운 햇살아래 땀을 날려주고 용접면 마스크 안으로 흐른 바람은 얼굴 앞면에 시원함을 선사했으며 입으로 흐른 땀은 짭조름했지만 그마저도 꿀처럼 달콤하게 느끼게 해주는 행복한 작업이었다.


그렇게 12개의 기초 기둥에 베이스판을 붙여 세울 수 있도록 만들고 다음날 드디어 기둥을 세우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지 온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과 고민도 많았다. 대출받은 통장의 잔고는 얼마 남지 않았고 용접이라는 시련과 좌절을 겪으며 내 집을 직접 짓는다는 것이 보통 마음가짐과 인내심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는 몰랐다. 그동안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골조 자재를 사놓았으니 골조공사가 끝날 때까지는 통장의 잔고는 잊기로 했다. 특별히 큰돈이 들어갈 일은 없었고 시간과 기술을 투자하여 공사하고 그 기간 동안 부족한 통장 잔고는 열심히 일해 벌어서 채우기로 마음을 먹으니 한결 뒤가 가벼워졌다.


첫 기둥을 세우기 전 '어떻게 기둥을 세울 것인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었다.


1. 6m 길이를 중장비 없이 어떻게 세우나?

2. 기둥 한 개만 우뚝 세워 놓았는데 바람에 쓰러지면 어떡하나?

위 두 개의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작업 계획을 세웠다.


1. BT비계를 이단으로 쌓으면 그 높이가 3,400mm + 그 위에 사람이 서서 손을 위로 뻗으면 2,000mm + BT비계 아래 이동식 바퀴 6인치(152.4mm) = 대략 5,600mm (여기에 1인)

2. 기둥이 밀리지 않게 잡아 줄 사람 아래 1인

3. 누워있는 기둥을 BT비계에 기울여 기대놓고 BT비계를 밀어줄 2인

(여기까지 총 4인이 필요했다.)
4. 기둥을 바로 세우고 콘크리트에 박아 놓은 앙카볼트 4개에 빠르게 너트 체결

(기둥이 밀리지 않게 잡아 주던 사람이 작업을 한다.)


이 방법은 상당이 효과적이었다. 상상 속 계획이 현실에서 그대로 먹혔다. 걱정하던 6m 기둥 세우기 성공이다.



첫 번째 기둥은 아주 중요하다. 지면과 수직 하게 잘 세워야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기둥들도 수직 하게 세울 수가 있다. 신중하게 체크하고 또 체크하며 첫 기둥을 세웠다.


두 번째 고민 '바람에 쓰러지면 어떡하나?'의 걱정을 해결해야 했다. 그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4개의 기둥이 서로 연결이 되면 태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는다. 정작 걱정을 해야 할 것은 부족한 용접 실력이었다. 빠르지 못했고 경험이 너무나 부족했다.


첫 번째 기둥을 세우고 숨 쉴 틈 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두 번째 기둥을 세웠다. 그리고 두 기둥에 중간 보를 가접으로 빠르게 접합을 시켰다. 용접속력이 느려 세워놓은 기둥이 쓰러질까 조마조마해하며 가용접을 먼저 하였는데 가용접만으로도 기둥을 흔들림이 현저하게 줄었다.


기둥 한 개만 서 있을 때 살짝 밀어보니 네 방향으로 흔들렸는데 기둥 두 개를 연결하니 좌우 흔들림이 줄고 앞뒤 흔들림만이 남았다.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지만 앞뒤 흔들림을 잡기 위해서 세 번째 기둥 세우고 보를 연결하고 네 번째 기둥을 세우고 보를 연결했다. 드디어 바람이 불어도 손으로 밀어도 흔들리지 않는 사각형틀을 만들었다.


가용접으로 형태를 갖추었으니 이젠 여유를 가지고 본용접을 하면 된다.


- 가용접이란?

각관의 휨이나 비틀림을 방지하기 의해 모재의 양단 또는 뒷면에 가접 하는 용접방법을 말하며, 본용접을 하기 전에 용접부위를 일시적으로 고정시키기 위해서 용접하는 것이며 가접 이라고도 한다.

- 본용접이란?

가접 후에 하는 본격적 용접으로 각관의 연결부위를 꼼꼼히 때우는 작업이다.

현장에서는 풀용접 이라고도 한다.


본용접은 용접실력이 부족했기에 아주아주 오래도록 하루종일 하였다. 다행인 것은 성격 탓인지 느리지만 참으로 꼼꼼히 본용접을 했다는 것이다.

(7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답답하지만 그 모습이 귀여워 약 올리고 싶은 수준이었다. 만일 다른 현장의 막내로 일을 했다면 욕을 꾀나 먹었을 것이고 건축주나 현장 소장이었다면 '집에 가!!'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



아무리 급해도 기둥을 세울 때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수직을 잡으며 기둥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수직이 잘 맞는 기초골조는 앞으로 있을 모든 공사의 기초가 된다. 현장에서는 사게부리(수직추)를 내려 기둥의 수직을 보지만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스마트한 폰과 앱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스마트폰으로 수직수평앱을 다운로드하여 기둥의 두면에 수차례 수직을 체크했다. 아버지께서는 이 모습을 보며  혀 끝을 차시며 세상참 이상하고 편해졌다고 한다.



이렇게 태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을 완벽한 사각형 기본틀이 만들어졌다.


사실 네 개의 기둥이 연결되기까지 상당히 초조했다. 용접실력은 부족하고 속력도 느리다 보니 용접할 때 1초가 10분처럼 느껴지며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사각틀 기둥이 만들어지고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제야 아이들이 보였다. 아빠가 일하는 BT비계 위에 올라와 보고 싶은 눈치임을 알아차리고 아이들에게 BT비계 맛을 보여 주었다. BT비계 위에 오른 아이들은 흔들리는 BT비계 위에서 일어서지는 못하고 기어 다니다 앉았다 하다가 큰아이는 용기 내어 일어나 보기도 했다. 현장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가고 있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작은 녀석이 무서워 떨면서 말했다.

"여기 올라오니까 저~ 멀~~~ 리까지 다 보여~"


큰 녀석도 한마디 한다.

"경치 좋~다."


그랬다. BT비계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물 많은 하천과 거기서 물고기 사냥하는 새들이 훤히 보였고 뒤쪽으로는 녹색 가득한 산이 보였으며 누워있으면 하늘과 좀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BT비계 위에 올라서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귀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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