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첫번째로 한 일은 용접기 구매를 위해 정보를 찾는 일이었다.
2017년 당시 공구 판매 사이트에서는 구매자들에게 제품의 정보를 잘 전달하기 위해 동영상으로 공구 사용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제품 상세설명에 업로드를 하기 시작했던 초창기 이다.
(우리도 인터넷으로 상품을 올려 놓고 판매를 하다보니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영상을 보면서 '용접기 사용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했고 용접에 '용' 자도 모르면서 영상에 매료되어 덜컥!! 용접기와 부자재들을 셋트 구성으로 사버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용감하였다. 택배 박스로 받아 본 용접기는 참으로 앙증맞은 사이즈에 가벼웠으며 이걸로 집을 지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어린시절이었다. 부모님께선 옷 장사를 하셨다. '옷걸이행거' 를 사용하다보면 찌그러지고 파손되는 경우가 있었다. 쉬는 날이면 아버지께선 찌그러진 부분을 펴고 녹슨부분은 갈고 페인트칠을 했고 철이 끊어지거나 떨어진 부분은 용접으로 붙이시곤 하셨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용접기를 기억해 보면 사이즈는 거대했으며 중량도 어마어마해서 그걸 들고 이동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일은 정말 큰 힘을 필요로 했었다.
아버지께서 용접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강한 빛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고 주변으로 튀는 불꽃들이 신기하면서도 위험해 보였다.
그것을 이제 내가 하게 되었다고?? 이거 실화냐??
용접이라는 것이 그러하다 본적은 있어도 실제로 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 살면서 용접을 할 것이라고 상상이라도 해 보았는가? 나도 집을 경량철골로 짓는다고 하니까 용접이라는 것을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이젠 각관도 샀고 피할 수 없다!! 해내는 수 밖에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내가 그러했다. 보기엔 누구나 하면 다 할 수 있을것 같아 보였다. 상상은 자유니까~ 그런데 용접봉을 들고 첫 용접을 하면서 절망스러웠다. 철판에 구멍이 순식간에 뻥~ 나버렸다. 계속해도 계속 구멍이 났다. 용접봉을 빠르게 주~욱 그어도 보고 천천히도 주~욱 그어보며 다양한 속력으로 계속 그어보았다. 결과는 비참했다.
나의 첫 용접!! 용접봉으로 지지면 구멍이 슝슝
첫날 용접 연습을 해본 소감?? 용접은 용감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왜 전문용접학원이 있는지, 왜 용접사라는 전문직이 있는지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이틀, 삼일 ... 일주일... 용접 연습을 하며 자괴감 + 무력함 + 무능력 + 부족함 + 기타 등등의 시련들이 몸과 마음에 새겨들었다. 나름 손에 감각이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는데 '똥손'이었던 것인가?
옆에 쌓여있는 각관들을 보았다. '어쩌지? 저 많은 각관을 자르고 용접해야 집을 지을 수 있는데~'
그냥 지~~~이 하고 지지면 될 줄 알았다. 이건 안해본 사람의 생각과 허공에 보이지 않는 말 일 뿐이다. 매일 2시간씩 일주일~ 하늘이 노랗게 물들때까지 연습!! 초점없는 눈동자 + 다 내려 놓고 싶은 마음~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절박함...
포기하고 싶었다. 울고 싶었다.
나의 무능력에 화를 냈다. 용접봉을 내던지고 다시 줍고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아크를 일으키며 용접봉이 지나간 자리에는 슬러지(용접똥)가 생기는데 그것을 용접망치로 때려 제거를 해야한다. 망치질을 얼마나 했는지 손목이 돌아가질 않았고 눈은 침침해졌으며 얼굴, 목, 팔뚝은 화상에 벌겋고 껍질이 벗겨지고를 반복했다. (아마도 이때부터인 것 같다. 점점 보호장비를 갖추게 된 시점이... )
화창하고 햇살이 따가운 봄 날씨~ 긴팔을 입게 되었다. 얼굴에서 목까지 덮을 수 있는 용접면(눈만 보이는 바가지에 손잡이가 달렸다)을 한손에 들고 다른 한손엔 용접봉이 물려져 있는 홀더선을 잡았다. 효과는 대단했다. 용접시 발생하는 강한 빛과 열기로 부터 나의 팔뚝과 앞면을 보호해 주었다.
흑유리로 시작해 전용 용접면이 생기기까지 참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다.
흑유리!! 어디를 지지고 있는지도 안보인다. 심지어 눈 까지 아푸다. 저가의 자동차광센서를 구입했는데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그런데 얼굴에 화상이...
와이프가 고가의 자동용접면을 사주기까지 얼굴,목에 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처음 군에 입대하고 선임병들과 전역병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였던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전문 용접사들이 위대하게 생각되었고 빛나 보였다.
용접은 기술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1. 전류를 금속코어의 두께에 맞게 조절!! 2. 쇳물을 가지고 노는 단계!!
이쯤되면 아래보기,위보기, 사이드보기 전방향 모두 용접이 가능해진다.
쇠물이 녹아 흐르는 것을 보는데 일주일 흐르는 쇠물을 가지고 노는데까지는 수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전류 조절도 꽝!!
쇠물을 볼 수는 있는 단계는 되었지만 가지고 노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채 집짓기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금속의 코어가 두꺼워 부족한 실력으로 참으로 많이도 녹여 튼튼히 용접이 되었다는 것?
베이스철판 9T + 각관 3.2T 의심스러운 용접
용접 실력은 부족했지만 철판이 두꺼워서 다행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어이없고 무식하고 용감했던 그때이다. 하지만 용접이라는 기술을 익힌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