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호주 회사생활 시작!
호주 대학원의 학생들은 크게 국제학생(외국인 학생)과 현지학생으로 나뉜다. 국제학생들 중에는 호주 이민을 생각하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선택하는 전공도 졸업 후 바로 취업이 가능하거나 영주권을 따기 유리한 전공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내가 공부할 당시에 아시아계 국제학생들은 간호사나 회계사 또는 금융 쪽의 전공을 주로 공부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내가 어떤 쪽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 봤고 영업 쪽에서 일했던 한국에서의 회사 경력을 살려서 전문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게 마케팅이었다. 마케팅은 영업처럼 실적 압박이 많지 않지만 영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른 국제 학생들과 다르게 취업만 생각하고 대학원 전공을 선택한 게 아니라 솔직히 두렵기는 했다. 엄청나게 비싼 학비를 들여서 공부했는데 취업도 못하면 어떡하지? 한국에서 직장 잘 다니고 있다가 내가 괜히 호주에 왔나? 하는 불안한 생각들이 엄습해 왔다. 그래서 대학원 매 학기마다 인턴쉽을 하고 내가 최대한 준비할 수 있는 건 다해보았다. 하지만 불안함 마음은 계속 사라지지 않았다. 소위 말해서 이게 내가 지금 허튼짓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대학원에서 같이 마케팅을 공부하던 일본 국제학생 친구가 자기가 얼마 전 취업하기 위해서 글로벌 마케팅 대행사에서 인터뷰도 보고 인터뷰의 연장으로 3일간 같이 그 회사 직원들과 일해봤지만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친구에게는 미안했지만 난 정말 하늘에서 나에게 기회를 주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 일본 친구를 위로하면서 혹시 나도 지원해 보면 안 될까 하고 친구에게 물어봤다. 다행히도 그 일본 친구는 자기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간절히 물어보는 나에게 그 대행사 회사 이름과 인사팀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주 인턴쉽 때 받은 추천서들과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인사팀에 이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기다렸다.
친구가 알려줬던 그 글로벌 마케팅 대행사는 IPG Mediabrands라는 회사였다. IPG Mediabrands는 18,000 명이 넘는 직원이 전 세계 130개 이상 국가에 사무실을 운영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마케팅 대행사 중에 하나였다. 나는 그 그룹회사 중의 하나인 Repise Media라는 회사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게 됐다. Reprise Media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이나 구글 검색 관련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해 주고 고객을 위해서 마케팅 활동을 대행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호주 시내에 위치하고 있었던 회사 건물은 5층 짜리 건물로 IPG Mediabrands 그룹에 속한 회사들이 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딱 건물 안에 들어갔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와~'라는 탄성을 질렀다. 처음에 호주에 왔을 때 다른 마케팅 대행사 건물을 청소하며 나도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지금 그 대행사보다 더 큰 회사에 인터뷰를 보게 된 것이다. 정말 너무 떨리고 긴장돼서 손에 땀이 많이 났다. 인터뷰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그래도 생각보다 침착하게 인터뷰를 보왔다. 면접관들은 한국에서의 나의 직장 생활에 대해서 물어봤고, 호주에서의 나의 인턴쉽 경험에 관한 질문을 많이 했다. 그중에서도 Yahoo! 7 (현재는 Yahoo! Australia)에서 일했던 경험을 많이 물어보았는데, 아무래도 Yahoo! 7은 미디어나 마케팅 쪽 분야에서 모두가 다 알만한 회사라서 면접관이 더 관심 있게 물어본 것 같았다. 마침 Yahoo! 7에서 받은 추천서도 첨부해서 지원했기 때문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인터뷰를 보고 바로 다음날 나에게 연락이 왔고 내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3일 동안 테스트 겸 회사 직원들과 같이 일해볼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나는 너무 기뻤고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했다.
3일의 테스트 기간은 너무 빨리 흘러갔다. 원래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회사 직원들과 빨리 친해졌고 원래 한국에서 미국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했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다. 드디어 3일간의 테스트 기간이 끝났다. 나는 그 당일날 인사팀으로 연락을 받았고 합격했으니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정직원 고용 계약서 및 비자 등등 여러 서류 얘기를 했지만 나는 너무 기뻐서 잘 들리지 않았다. 인사팀은 이메일로 얘기했던 모든 사항과 필요한 서류에 대해서 다시 알려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여러 번 얘기했고 나는 너무 기뻐서 하늘에 붕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합격 결과를 듣는 순간 그 짜릿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호주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종로 어학원에서 TOEFL을 공부하고 대학원 시절 도서관에서 죽어라 공부하던 그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처음에는 한국에서 잘 다니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호주에 와서 학생으로 다시 시작하는 게 정말 잘하는 짓인지 나 자신에게 수백 번을 물어봤다. 정말 이게 맞는 건지 내가 정말 나중에 너무 후회할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후회할 거라는 생각과 일단 한번 해보고 안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는 나의 대담한 성격이 호주 정직원 취업이라는 값진 열매를 가져다줬다.
합격결과를 받자마자 부모님, 지인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며 같이 나 자신을 축하했다. 이후 나는 IPG Mediabrands 회사와 정식으로 계약서를 썼고 나는 대학원도 졸업하기 몇 달 전에 취업을 할 수 있어 마음이 너무 편안했고 홀가분했다. 드디어 호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다음이야기... "나의 매니저는 학습지 빨간펜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