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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희 Feb 08. 2024

나는 오은영 박사님이 아니었더라

누군가를 바꾸는 것이 오히려 나를 해한다.

 나는 처음 일하기 시작한 학교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아이들이 나를 잘 따르고 말을 잘 듣고 어떤 문제도 잘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한 달동안 아이들은 낯선 나를 보면서 말도 잘 들으려고 하고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해주었다. 나는 그래서 그렇게 충동조절 장애가 있는 아이도 내 수업때는 돌발 행동을 안하고 앞으로도 잘 수업에 참여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제서야 깨달았지만 그것은 일종의 탐색전이었다.


 아이들의 자아는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아있기에 초등학교 시절에 학생들의 논리는 거의 대부분 힘의 논리이다. 그 힘의 논리는 주도권에서 나온다. 누가 누가 이 공간, 이 순간에서 주도권을 잡냐, 바로 거기서 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이었다. 충동조절이 있고 굉장히 폭력적인 학생을 내가 바꾸려고 했을 때 이미 나는 감정적으로 학생에게 대응하고 있었다. 어른이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이미 주도권은 아이에게 가 있었다. 나중에서야 깨달았지만 그 아이는 뇌파의 이상이 있어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었다. 물론 그러한 학생을 내가 바꾸려고 한 것 자체가 내 욕심이지만 방법 역시 잘못되었다. 


 내가 한 방법은 크게 3가지 였다.


1. 체육수업 부장 - 체육 수업의 부장이라는 일종의 감투를 씌워주어 본인의 자기 효능감과 교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했다. 처음 한 달은 잘 됐다. 그러나 체육부장을 다른 아이에게 넘겼을 때 그 아이는 와르르 무너졌다. 그 아이는 체육부장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가지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는 그 아이만의 선생님이 아니었기에 다른 아이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했다. 


 결국 본인이 가지고 있던 일종의 트로피를 뺏기니 그 이후부터는 상황이 악화되었다. 수업 뿐만 아니라 나와의 관계에서도 말이다.


2. 달래주기 - 내가 오은영 박사님이 되어야 겠다는 오만한 생각과 함께 가장 잘못한 방법이었다. 그저 그 아이가 분노를 못이겨 나에게 욕하고 친구들 어깨빵을 하고 온갖 거짓말을 하며 본인의 잘못을 부정할 때 나는 내가 이 아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착하게, 따뜻하게 배려있게 해주면 그 아이도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오만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바꿀 수가 없었다. 


3. 혼내기 - 1번과 2번이 먹히지 않자 나는 단 한가지의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혼을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감정적으로 무너져 있는 상태여서 그 아이에게 감정적인 혼만 낼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이의 목소리가 커지면 나 역시 목소리가 커졌고 고성방가 형식의 기싸움이 계속 되었다. 그 사이 피해를 받는 것은 다른 학생들이었다.


 너무 힘들었다. 그 어떤 방법을 써도 그 학생을 내가 바꿀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학교에 출근 하는 것이 두려웠다. 단 한명의 학생 때문에 나는 임용시험도 보지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금쪽이를 보는 것이었다. 오은영 박사님이라면 무슨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버틸 수 있었을 것만 같았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금쪽이를 틀어놓고 공부했다. 메모도 해가면서 어떤 특정 행동을 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지 계속 공부했다. 근데 보면서 딱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이 금쪽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든 케이스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 공통점은 아이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보호자 혹은 학부모가 바뀌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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