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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선경 Sep 23. 2024

<미제>

소녀여, 어디를 가는가

2020.12.22


점을 내려놓은 순간, 소녀의 여행은 시작된다.

그 여행길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출발지점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소녀의 여정은 왜 시작된 것일까.

또 그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유 모를 이유와 함께

소녀는 끝없는 길을 정처 없이 걷는다.

그리고 소녀의 발걸음은 하늘의 모든 별들을 지나간다.


여행길에서 소녀는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을 지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소녀가 선택한 길이

평지일까, 오르막길일까, 내리막길일까, 낭떠러지일까.

그리고 그 길들을 지나던 소녀에게 어떤 풍경이 그려질까.

또 그 풍경을 보는 소녀는 혼자인가, 누군가와 함께일까.

그렇게 정처 없이 걸어가다 인지하지 못한 채 생겨난 상처.

그 상처는 어떻게 생겼을까? 상처의 아픔은 어느 정도이며, 이는 사라질까, 흉터로 남을까.

소녀는 항아리를 빚기 시작한다.

항아리를 빚기 위해 깨지는 수많은 항아리들,

또다시 새롭게 만들어지는 항아리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하나의 예쁜 항아리.

항아리가 마음에 들었을까

소녀는 그 항아리 안으로 들어간다.

항아리 안에 들어간 소녀는 그 속이 너무 편안해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 몸을 맡기고 바깥세상을 잊기 시작한다.

이것이 행복인가?

소녀의 행복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소녀에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점을 내려놓는 순간,

소녀는 기억 속을 여행하기 시작한다.


소녀여, 소녀가 보이는가-


소녀는 생각한다.


항아리 안이 답답하지 않을까,

항아리 안에는 어떠한 세상이 펼쳐질까,

항아리 밖에는 또 어떠한 세상인가.


소녀는 말한다.


“어쩌면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고,

잠이 드는 시간이 현실일지도 몰라."

흘러가는 흐름에 몸을 맡기지 말고

내가 흐름을 흘러 보내보자.”


점을 내려놓은 순간, 소녀의 여행은 또다시 시작된다.

새롭게 시작된 소녀의 여행은 항아리 안 일까, 밖일까?

소녀는 반복되는 굴레 속에서

기나긴 여행을 돌고 돌아 끝에서 다시 시작을 맞이한다.


그리고 훗날,

소녀는 새하얀 도화지에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소녀야, 목적지를 향해 여행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저 너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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