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기술 덜어내기
수영은 굉장히 어려운 듯 하지만 사실 생각보다 심플한 종목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잘 수영할 수 있는지를 깨달은 스위머들은 이 말이 공감이 될 것 같다. 몇 가지 기본적인 것들만 놓치지 않는다면 수영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날이나 ‘오늘 뭐가 문제지?’ 싶은 날에도 스스로 점검하며 금방 제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존재하긴 한다. 전신운동에 유산소까지 가능한 종목인 수영을 해내려면 기본적인 것들이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별 생각을 하지 않아도 발차기는 발차기대로, 팔 돌리기는 팔 돌리기대로, 호흡은 호흡대로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마치 걸음마를 한발 한발 떼다가 이제는 별생각 없이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각 동작들을 꽤 많이 신경 써야 하지만 금세 물에 들어가자마자 자연스럽게 동작들이 나올 것이다. 생각보다 맘처럼 안된다고 너무 상심하지는 말자, 새로운 것들이 몸에 익숙해질 때에는 항상 그렇듯이 지속적인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오래 수영을 하다 보면 자세나 영법이 종종 망가지기 마련이다. 더 좋은 감각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일명 ‘잔기술’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이런 잔기술들은 거의 쓸데없는 경우라는 것이다. 수영을 부드럽고 우아하며, 무엇보다 심플해야 한다. 깔끔한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른손잡이라면 오른손이 더 수영을 잘할 것 같지만 더 잘 쓴다고 생각한 쪽으로 오히려 이상한 동작이 나오면서 수영의 효율을 방해하지도 한다. 오른손잡이인 나는 수영을 빠르게 하다 자세가 안 좋아질 때면, 오른쪽 손목을 한 번씩 과하게 쳐내는 습관이 있었다. 오히려 이런 손목을 쓰는 동작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왼쪽의 스트록이 더 깔끔했다. 사람마다 경우가 다 다르긴 하지만 재미있게도 나처럼 주로 쓰는 손이나 팔 쪽으로 오히려 필요 이상의 과한 동작들이 나오면서 저항을 받는 경우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오래 숙련된 스위머들은 과해진 동작들을 덜어내서 깔끔하게 만들면 좋다. 스스로 점검하면 좋은 기본 사항을 두 가지만 이야기해 보겠다. 사실 기초 단계를 배울 때 기본적으로 모두 다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수영을 하면서 신경 쓸게 많다 보니 하다 보면 까먹을 때도 있고 오히려 동작들이 너무 과해져서 점검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손바닥은 항상 발 쪽으로 밀어주기
내 몸을 배에 비유하면, 팔은 배의 노 역할이 되어주며 그중 특히 손바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직접 배의 노를 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없다면 상상해 보자) 패들의 넓적한 부분이 항상 뒤로 가도록 저어주어야만 물이 잘 걸리고 배가 추진력을 얻는다. 수영할 때 손바닥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진행방향의 반대편(발 쪽으로)으로 내 손바닥이 물을 잘 밀어내고 있는지 확인하자. 손목을 꺾어서 손가락 쪽을 뒤로 먼저 보내게 되면 절대 손바닥으로 물을 잘 잡을 수가 없다. 물을 거를 때, 손목이 뒤쪽으로 리드하는 느낌으로 보내면 손바닥에 물이 훨씬 더 잘 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이나 손목에는 힘을 좀 빼고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물을 잡을 수 있도록 느껴보자. 잔기술이 들어간 스위머들은 분명 손목을 과하게 사용하며 갈고리처럼 만든다던가, 손목을 돌려가며 수영하고 있을 것이다. 손바닥을 잘 쓰는 것만 캐치하여도 스스로 영법을 점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과하게 롤링하지 않기
수영에서 롤링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과한 것은 절대 좋지 않다. 상체에 롤링을 주다 보면 하체도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돌아가게 되지만, 상체와 하체가 같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수영에 저항만 줄 뿐이다. 특히 호흡을 할 때나 팔 돌리기를 더 크게 하기 위해 어깨를 과하게 쓰는 것도 필요 없는 잔기술에 해당한다. 어깨 롤링은 자유형과 배영의 경우에 해당될 수 있는데, 좌우로 몸을 너무 흔들고 있지 않은가 점검해 보자. 어깨 롤링은 상체 위주로 가슴을 살짝 열어주고 손을 길게 뻗기 위해 하는 것이지 몸 전체를 이용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수영의 균형에 방해가 되고 있었을 것이다. 자유형과 배영의 롤링에서는 코어를 단단하고 길게 사용하며 상체의 움직임으로 인해 하체가 너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주면 더 좋다.
수영은 해도 해도 새로운 감각이나 깨달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수영을 하면 물에 대한 감각(물감 이라고들 한다)을 잃었다가 되찾기도 하듯이 계속 더 나은 수영을 위해 도장 깨기를 하는 느낌이다. 내 수영은 왜 이렇게 안느나, 싶다가도 시간을 투자하자 보면 계단식으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방면으로 수영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정체기라 느낀다면, 지금은 잔기술을 조금 덜어내고 수영을 더 깔끔하고 심플하게 접근해야 하는 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