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할수록 좋은 운동
수영에 공을 많이 들인 시간들이 원래도 참 소중하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최근 따라 더욱 그렇게 느낀다. 전신운동 겸, 유산소 겸, 근력운동 겸 이렇게 균형 있고 다양한 방면으로 좋은 운동으로 수영을 이길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물론 수영장 바닥만 보며 왔다 갔다 헤엄치는 것을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물속에서 혼자 수영하며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그 시간을 즐기며, 그게 진정한 수영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아무랑도 이야기 안 하고 혼자 물살을 느끼며 찰방거리는 물결 소리를 듣는 것'이 것은 정말 아는 사람들만 알지 않는가. 수영이 내향인에게 잘 맞는 종목이라던데, 나에게 조용히 활력을 주는 시간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수영과 요가, 이 두 가지는 주기적으로 가볍게 해 주면 상쾌함과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운동이라 생각한다.
주변에 수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생겼다. 원래도 주변에 수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지만, 스위머들 말고도 신규 스위머(?)들이 주변에 많이 생겼다. 새로운 취미생활로 수영을 시작하는 친구들, 수영에 요즘 관심이 많이 간다는 팀장님, 출근 전 매일 수영장에 들렀다 가는 이모부, 그리고 수영만 한 운동이 없는 것 같다는 회장님 등 수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오래 지속하면 할수록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사실 특별한 단점이란 게 없는 운동 같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골프도 종종 치기는 하지만 편측운동이라는 것이 단점이고, 테니스도 재밌지만 같이 쳐줄 상대가 없으면 즐기기 힘들다. 스포츠 종목은 다들 은근한 연결고리가 있어서 다양하게 할 줄 아는 것은 몸을 쓰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에 좋고, 사교적으로도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래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할수록 몸에 좋고 진가를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수영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근력, 유산소, 전신 균형, 체력, 부상 예방 등 빠지는 구석이 없다.
이쯤 되니 수영 팔불출인 것 같기도 하지만 팩트가 아닌가?
코로나 이후로 수영인구가 다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주말에 사촌동생과 주말에 자유수영을 갔다가 아침 일찍 티켓을 발권할 때부터 입장 후에 많은 사람들에 정말 놀랐다. 한국이 정말 수영장이 많이 부족하구나 싶다. 수영장이 비용도 많이 들고 관리도 쉽지 않아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국민 건강이나 전반적인 스포츠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접근성이 좋은 수영장들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
좋은 수영장이 많이 생겼으면!
뿌듯한 마음도 크지만 수영 강사들이 트레이너 등 다른 직업군으로 이동하면서 수영 강사를 구하기 힘들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이런 문제가 더욱 심할 것은 분명하다. 수영장에서 강습을 하는 친구들과 웨이트 트레이너로 일하는 친구들을 비교해 보면 수영 강사의 처우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래 선수 경험을 한 수영 강사도 수영장의 일원으로 강사가 되면 처우는 똑같이 그리 좋지 않다. 하루종일 물에 있는 것도 쉽지 않은데, 게다가 평균 페이 자체도 적은 편이다. 강습을 업으로 하는 경우라면 나라도 웨이트 트레이너가 되는 것을 고민해 볼 것 같다. 트레이너가 되는 것은 스포츠 전공생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실제로 수영 강사의 자격이 있는 분들이 다른 강사로 전환하는 것이 수영 선생님을 구하는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너무 좋은 운동임에도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들을 제외하고는 강사들이 물에 오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감안하여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만큼 수영 선생님이 될 사람들도 많이 공부하고, 그저 강습 시간만을 채우고 페이를 받는 강사가 아닌 스위머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꾸준히 애정을 담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종종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곤 하는데, 친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주언규님의 '슈퍼노멀'이라는 책을 읽어 보았다. 과거에 보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분이기도 했기에 책의 내용도 재밌었지만 저자가 책의 내용 안에서 수영을 언급하며 설명하는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떤 일이던 간에 수영을 꾸준히 해오며 성장하려고 노력하던 모습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도 느낀 것 같다. 저자를 끌고 온 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수영에서 찾았다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또한 수영은 '잡생각'을 사라지게 해 준다는 것도 스위머들은 다들 공감할 것 같았다. 후배의 '동네 수영장론'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너무 와닿아서 웃으며 책을 읽었다. 경제도서에 관심이 있는 스위머라면 "음, 내가 이 느낌 알지 알지.." 하면서 같은 스위머로서 뿌듯해하며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평생 꾸준하게 성장하며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간 수영으로부터 내가 얻고 있는 원동력들은 그저 수영을 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수영 국가대표의 경험이 있다는 것은 그저 그때에 가장 수영을 빠르게 했다 뿐이지 특별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스스로 잘하기 위해 방법을 연구하고 시간을 쏟아 성취감에서 오는 즐거움을 알았다는 것이 가장 큰 배움이었던 것 같다. 수영을 발전시키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스위머들은 분명 다양한 방면에서도 개인의 성장으로부터 오는 재미를 느끼고 계시는 분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