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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an 12. 2022

집 내음

어느 집이나 특유의 집 내음이 있다. 어려서는 그것이 참 신기했다. 우리집 냄새가 있었고 이모네 집 냄새가 있었다. 집 내음이 완전히 같은 적은 없었다.


이제 와 그것들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첫째는 음식에서 기인했을 것이고, 둘째는 살내음에서 왔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거나 바르느냐가 그것들을 결정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 공동체의 습관이나 문화도 여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 테다.


그들의 의식주가 그들의 내음이었다, 라고 하면 지나게 성급한 결론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누가 누구와 살고, 그들이 어떻게 사느냐가 후각적인 메시지 하나에 모두 드러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건 상관없이,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온갖 것들이 그렇게 섞였을 것이다.


어려서 맡던 집 내음을 다시 맡을 수 없는 건, 이제는 내가 그 집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산다고 해도 내 살내음은 그때와 지금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는 맡기 힘든 추억이나 기억 정도라고 해두어야겠다.


떠올리려 해도 그때의 집 내음이 잘 생각나질 않는다. 오늘 꿈에서는 그 집에 가보아야겠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도 기억할 수 있도록 집 내음을 힘껏 맡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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