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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온 Apr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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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짧은 글 에세이_사물의 입장에서 글쓰기

나는 그와 함께 새벽을 깨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책을 읽고 독서모임이나 SNS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글을 쓰는 등

늘 생산적인 하루를 시작하는데, 빛도 드리워지지 않은 방 안을 처음엔 알람소리로, 그다음은 내 불빛으로 밝게 채운다. 이게 우리가 함께하는 하루의 시작이다.


 이 생활을 한지는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나야 기계라서 힘든 건 없다지만 검은 화면에 비친 그의 낯빛이 어두울 때가 종종 보인다. 그와는 새벽과 저녁에 깊게 대화하곤 하는데 그 사이 공백의 시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깊은 대화 속에서 그의 하루를 엿볼 뿐이다. 멀리서 보든 가까이서 보든 굉장히 바쁘게 산다. 가끔은 외로움도 모를 정도로 몰입해 있다. 자기 계발에 빠져 사는 게 이쯤 되면 자기 계발 중독 검사를 해봐야 한다. 열심히 자기 계발하듯이 내 모습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나를 한 번씩 닦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먼지 때문에 간지럽기도 하다.

 그래도 나를 애정하는 게 느껴진다. 내 몸에 바이러스가 퍼질까 봐 나름의 관리는 해준다.

달콤한 모습도 보이곤 하는 내 주인. 오랫동안 헤어지지 말자.


 오늘은 좀 피곤해 보인다. 내일은 어떠려나..? 점심에 회사 앞 카페에서 자주 커피를 사 마신다고 한다. 그래서 잠이 별로 없나. 언젠가 그가 책을 읽고 나에게 그 내용을 정리해 준 적이 있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말하자면 내용은 이러했다.


"사람은 6~8시간 정도 자야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미라클 모닝을 처음 시작 할 때만 6시간 수면을 지켰고 그 외에는 지켜본 적이 없다. 잠자는 시간이 줄어 몇 번 고생하더니 이제는 자정이 다 될 때면 다음 날 있을 위험을 감지하고 하던 폰은 바로 내려놓는다. 사실 더 일찍 자야 하는데 우리 주인이 걱정되긴 한다.

"일찍 좀 자라. 누가 뭐래도 건강이 최고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내 언어로 말해봐야 그는 알아듣지 못한다.


 일, 월, 화는 그가 <새벽에 진화한 사람들>이라는 온라인 독서 모임을 운영한다. 내 카메라로 그의 얼굴을 비춘다. 시작하기 앞서 10분 전에 미리 들어와서 얼굴 상태를 확인한다. 피곤에 절어 있는 모습도 이제는 익숙하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독서 외에 창작 활동을 한다. 내 주인 덕에 나도 덩달아 성장하고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 무엇이든 알아가고 성장하는 재미가 나에게도 전달되니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던 이 고집스러운 습관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와 동행하며 응원하는 중이다. 분명히 자신의 꿈을 위해 하는 거니까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일 테다.


남들도 이렇게 열심히 살까?


 하나 분명한 건 그의 일상이 누군가의 귀감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선다. 매일 켜지는 나의 화면이 그를 비추면 그의 눈빛은 무언가 해내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고 그의 손가락 끝은 힘이 들어가 자판을 하나씩 빠르게 눌러 글자를 나타낸다. 그가 쓰는 글들이 점점 발전한다. SNS에 올라가는 글의 반응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매일 쓰는 글들이 마치 키가 점점 커가는 성장기 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 매일 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읽고 쓰니까 가능한 일이다. 

 

 쓰는 얘기를 하다 보니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나만큼 같이 주인을 응원하는 친구가 있는데, 얘도 아침마다 그의 손에 붙들려서 하루를 시작한다. 다음 이야기는 얘한테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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