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로 둘러싸인 공간에 갇혀 위아래로 이동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불어 그 고철이 어디쯤 오고 있나 숫자를 올려다보는 일도 그렇다. 그런데도 내려갈 때는 대개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그건 단지 ‘걸어서 내려가는 것’이 관절에 좋지 않다고 들어서다. ‘계단 내려가기’가 ‘계단 오르기’처럼 건강에 좋다면 당연히 내려갈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을 것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가 가리키는 숫자를 흘끔 보고는 계단으로 향한다. 무거운 짐이 없는 이상, 타지 않는 엘리베이터지만 몇 층에 멈춰서 있는지는 습관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그 숫자는 건물의 최고층인 10층을 나타낼 때, 가장 만족감이 크다. 전기를 소비하지 않고 내 몸 안의 동력으로 10층까지 오르는, 지구에게 상냥한 하루를 시작한다는 기분이 드니까. 건강과 다이어트는 물론, 자연 친화까지 1석 3조의 계단 오르기다.
점심식사 후, 다시 만난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뒤로하고 출근길과 마찬가지로 계단으로 들어선다. 혼자일 때나, 팀원과 함께 오를 때나 10층은 언제나 금방이다. 쉬엄쉬엄 중간에 쉬었다가도 5분이면 충분한 시간. 창밖의 남산을 찾으며 오늘의 미세먼지를 체크한다. 오늘은 또렷하니 깨끗한 날이네, 오늘은 남산타워가 안 보이니 좋지 않은 날이네 하고.
언제 한번은 교체 공사를 한다고 엘리베이터를 일주일간 탈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나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10층에 이르러서는 모두 다 하나같이 숨을 헐떡이는 모습에 조금 웃음이 났다. 힘들면 중간에 쉬었다 오시지, 왜들 이리 귀여우신지.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교체된 후, 다시는 그 귀여움을 볼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익숙한 10층의 현대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고철 상자를 반기며 일제히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