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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산 Sep 28. 2024

전 국민의 메신저

따릉이 대여 시스템은 서울 시민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바람에, 데이터가 없는 아날로그 인간인 나는 따릉이를 타지 못한다.(#데이터 없이는 따릉이를 탈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아날로그 인간으로서 아쉬웠던 순간은 소위 맛 집이라는 식당을 찾아갔을 때다. 예전이야 수기로 이름을 적고 기다리는 일도 많았지만, 그런 곳은 점차 사라지고 디지털 웨이팅이 빠르게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특정한 웨이팅 앱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카톡 웨이팅 알림이었다. 웨이팅 앱은 ‘우리 식당에 오고 싶으면 이 앱을 찾아서 깔고 와.’라고 말하지만, 카톡 웨이팅 알림은 ‘카톡 깔고 와’가 아닌 ‘카톡 없는 사람은 없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카톡 웨이팅에 일행의 번호를 꾹꾹 누르며, ‘카톡 없으면 맛 집도 못 가겠네.’ 하고 맘속으로 투덜댔다.      


나는 2020년에야 업무상의 필요로 와이파이 아래서만 카톡을 시작했다. 너도나도 다 쓰는 앱을 그때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건, 그저 단순히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문자라면 필요한 용건을 중심으로 다섯 통 안에 끝날 일을, 메신저가 되는 순간 50통으로 늘어나는 일이 과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가장 이상한 일은 집에서 같은 공간 안에 함께 있는데도 카톡으로 소통하는 TV 속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상대방이 확인했는지 아닌지까지 알려주는 과도한 친절함이란 또 어떻고.

       

끝으로 카카오톡에 대해 궁금한 점 하나가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요즘 아이들 사이에는 ‘채팅방 괴롭힘’도 있다던데, 왜 카카오톡은 ‘초대에 응하겠습니까? 네’라는 과정 없이 채팅이 시작되도록 설계한 걸까? 그런 기능이 없는 이유를 궁금해하며,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니 작년에야 기능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기술적 문제는 아닐 듯한데 그 기능이 얹히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했는지. 어쨌든,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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