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의 화영 Oct 23. 2024

병원의 크리스마스

근데 이제 따스함을 곁들인..


매년 크리스마스 & 연말 시즌이 되면 병원도 분주해진다. 눈사람, 트리 등등 온갖 장식들로 로비가 치장된다. MBTI로 따지자면 F인 나지만 매년 이맘때면 '이런 걸 누가 본다고.. 이거 꾸밀 돈으로 내 월급이나 더 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올해는 유독 캐럴이 흘러나오는 오르골부터 하염없이 눈이 내리는 가로등 장식까지 화려하게 꾸며졌었다. 그래봤자 병원이지- 하는 마음에 그다지 예뻐 보이지도 않았다.


출근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동태눈으로 로비를 들어서는데 겨울에는 유독 환자가 많아지는 시기라그런지 로비가 북적북적 사람들로 붐비었다. 휠체어를 탄 중년의 여성분과 그의 배우자로 보이는 분이 눈사람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와 예쁘다- 진짜 크리스마스 같아. 여보 우리 같이 사진 찍을까?" 


배우자분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작은 핸드폰 카메라에 둘의 얼굴을 나란히 담기 위해 배우자분은 무릎과 허리를 한껏 숙여 어정쩡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결국 나는 지나치지 못하고 그분들께 다가가 물었다.


"제가 사진 찍어드릴까요?"


두 분은 너무 좋아하시며 어색하지만 예쁘게 미소 지으셨다.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 이렇게 따뜻한 일이었나 싶었다. 어떻게 아셨는지 간호사님이냐고 물으시며 감사하다고, 좋은 간호사님을 만났다며 웃어주셨다. 그 미소와 말이 너무 따뜻해서 나는 너무 오글거리지만 "행복하세요...!"라고 말하곤 얼굴이 새빨개져 버렸다. 누군가에게 행복하라는 말을 해본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내뱉기엔 어색한 말이었다.


외출이 곧 병원 외래이고,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칙칙한 병원에서 유일하게 예쁘고 크리스마스 같은 공간이겠네-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올해 우리 병원의 크리스마스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바라본다.

모두에게 똑같이 설레는 연말이 되길.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이 쌓이는 연말이 되길.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한 교수님이 로비에 놓 피아노로 연주를 하고 계신 모습을 찍어보았다.

지나가다 우연히 듣게 된 연주에 마음이 녹았다. 진짜 크리스마스 같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