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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혜 Jun 26. 2024

우울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늘 죽음을 갈망하고, 바란다




어느 덧 중증 우울증 판정을 받은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한 때는 죽음을 미치도록 갈망했었고, 숨을 들이마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매 순간마다 숨이 끊어지길 바랐다. 이 감정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마치 그림자 마냥 내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우울증 판정을 받은 뒤 많은 것이 변했다. 회사를 휴직했으며, 온 가족의 관심은 온통 나에게로 쏠렸다. 조금이라도 우울한 감정을 드러내면 가족이 발칵 뒤집혔다. 고맙기도 했지만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때때로 가면을 썼다. 


"나 진짜 괜찮아"


사실 안 괜찮았다. 여전히 삶은 고통스러웠다. 행복? 기쁨? 언제 느꼈는 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웃어보여야 했다. 그렇다고 이게 또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혼자 있으면 억지로라도 웃음 지을 일이 없었을 테니까.


혼자일 수 있는 건 아침 산책 시간이었다. 노래를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까? '우울증 환자', '자살 시도 실패자' 낙인이 찍힌 나인데. 회사에선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난 너무나도 나약해져 있었다. 내가 마치 우울 같았고, 우울이 나 같았다.


하루는 의사 선생님이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다.


"솔직히 환자분 같은 경우에는 지금 밖에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해요. 폐쇄 병동에 있어야 돼요. 근데 극구 싫다고 하니까 일단 두고 보고 있는 겁니다."


폐쇄 병동...? 듣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 왔다. 


다행히 폐쇄 병동은 가지 않았지만 휴직 기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또 다시 갈림길에 섰다. 복직이냐 퇴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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