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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혜 Jun 24. 2024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뒤의 상실

상실은 원망으로, 원망은 무기력으로



인생에서 소중했던 존재를 떠나 보낸 뒤 가장 힘든 건 몰려오는 '상실' 아닐까. 기록적인 홍수에 떠내려간 언니의 영정 사진을 마주하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다신 그 사람을 볼 수도, 아니 목소리조차 들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 체감되며 눈물만 나왔다.


영정 사진 속 언니는 너무나 예쁘게 환히 웃고 있었다. 사람 속도 모르고...난 너무 슬픈데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고 있어? 이제 서서히 꽃을 피울 나이 31살에 언니는 그렇게 떠났다. 


언니의 부재가 체감되지 않았다. 카톡 프로필 사진과 배경화면, 인스타그램도 다 남아 있는데? 연락하면 그랬듯이 반갑게 인사해 것 같은데?


언니가 생각나는 날이면 카톡을 보냈다. '거긴 어때?' '거기선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비 오는 날엔 특히 언니 생각이 더 많이 났다. 다시 켜보는 언니와의 대화창...1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너무 아팠다. 난 아직 언니를 떠나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데, 언니는 훌쩍 떠나버렸다는 사실이. 아무리 연락해도 답장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상실은 점차 원망으로 변했다. 왜 언니를 데려갔을까. 세상에 나쁜 놈 참 많은데 왜 예쁘고 착한 우리 언니를 데려갔을까.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수 많은 사람들 중에 왜 언니가 그런 사고를 당해야 했던 거냐고.


해소되지 않는 원망은 곧 무기력이라는 터널로 날 이끌었다. 먼저 간 언니 대신 예쁜 곳 많이 가고 열심히 살자고 다짐했었는데...세상에 대한 원망이 깊어갈 수록 점점 무기력해졌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렇게 열심히 살던 언니가 떠나 갔는데도 세상은 너무 평화로웠다. 소름끼칠 만큼 이전과 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너무 싫었다. 


언니를 집어삼켰던 비가 멈추고, 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눈 앞에 나타났다, 나를 그날처럼 어두운 하늘에 가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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