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알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어린 나는 참 외로웠구나
어린 시절, 우리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엄마는 어린 나를 데리고 시장에 나가 나물을 파셨다. 잘 곳이 없어 아빠가 운영했던 옷 가게 피팅룸에서 잔 기억도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가난했지만 불행하진 않았다, 적어도 해맑은 어린 시절의 나는 말이다. 없는 살림에도 엄마는 주말 마다 손수 맛있는 음식을 해주셨고 아빠 역시 가정에 충실하셨다.
엄마는 달랐다. 가난이 지독하게 싫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가정에는 소홀해졌고, 주말마다 해주시던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없었다.
엄마의 피나는 노력 덕분일까, 가난의 그림자는 서서히 옅어졌다. 여름 마다 벌레가 들끓던 빌라를 떠나 아파트로 이사도 하게 됐다. 동네 친구들은 우리집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그게 싫었다. 당시엔 그 감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그건 '외로움'이었다. 학교가 끝나는 게 싫었다.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아파트는 텅 비어 있었고, 날 반겨주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늘 혼자였다. 라면을 끓여 먹거나 스팸을 구워 먹었다.
엄마는 밤이 늦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늘 지친 얼굴로 말이다. 때론 쌩하게 나를 지나쳐 안방으로 들어가시곤 했다. 혼자 집에서 엄마만 기다렸는데...피곤해 보이는 탓에 쉽사리 말을 걸 수가 없었다. 나도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재잘재잘 떠들고 싶은데...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외로움'과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