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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너리 Mar 05. 2024

조커, 아서 플렉과의 첫 인사

조커 (Joker, 2019) 리뷰

조커 (Joker, 2019) 리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감상하신 뒤에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0. 빌런(villain), 조커(Joker)의 역사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조커'는 DC 코믹스를 대표하는 빌런, 조커의 기원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영웅이 아닌 빌런을 주인공으로 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큰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사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가 개봉하기 전에도, 이미 이 캐릭터는 여러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수 차례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최초로 알려졌을 때, 저는 이와 같은 우려를 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커를 통해 더 이상 보여줄게 남아있나?


  영화가 제작되고 있을 당시에 DC는 경쟁사인 마블에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DC의 핵심 빌런인 조커를 주연으로 내세우는 것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을겁니다. 새로운 조커는 필시 이전의 선배 조커들과 비교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 중 맏형은 팀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1세대의 조커입니다. 그는 광대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해석하여 조커라는 캐릭터에 익살과 잔인함을 동시에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89년의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조커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최고의 연기, 최고의 빌런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故 히스레저가 연기한 조커 (다크나이트, 2008)

  그로부터 무려 19년이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2세대 조커가 탄생했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2008)에 등장한 조커는 사람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혼돈과도 같은 캐릭터였습니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그저 단순한 악당이 아니었고, 무질서(Chaos)를 표방하며 우리에게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인물이었습니다. 현재 배우는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조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빌런으로 남아 있습니다. 솔직하게 저는 히스레저의 연기를 넘어서거나 혹은 그에 비할만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 "상상 그 이상의 전율"  vs  "치명적인 쓰레기"

호아킨(와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2019)

  상상 그 이상의 전율, 2019년의 포스터에 걸려 있었던 문구입니다. 이 영화의 국내 개봉을 앞두던 시기에 놀라운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영화 조커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무려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는 것이었죠. 코믹스 기반의 작품이 이러한 성과를 거둔 것은 영화사에 처음 있었던 일이기에  사람들의 기대치는 최고조에 이르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시사회가 진행된 이후 전문가들의 평은 꽤나 엇갈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부정적인 평은 대체로 아래와 같았습니다.


'소심하고 치명적인 쓰레기', '폭력에 대한 변명',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문제작'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 저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 한 편 위와 같은 평가에 대해서도 공감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연이어 세 차례 감상했습니다. 1차 관람 시에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느꼈던 감정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다름 아닌 공포였습니다. 개인적인 평이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속 세상이 제가 사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 두려웠습니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폭력성과 공포는 다른 작품들의 그것들과 매우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종류의 창작물(영화, 소설 등)에는 이미 예상 가능한 규칙과 클리셰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조커(2019)는 이미 당연하게 가정되어 있는 규칙 중 하나를 완전히 깨트립니다.


'사필귀정' '결국은 정의가 승리한다' '악한 행동은 공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높은 수위의 폭력성과 범죄의 현장들을 별 무리 없이 소화합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영화와 현실 사이에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장벽이 있고, 영화의 메시지는 대체로 예상범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악당의 행동에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결국 악행은 용인될 수 없는 법입니다. 한 마디로, 고작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의 정의관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은 희박합니.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이 당연한 규칙이 위협 받으며 끝에는 무너집니다.


2. 친절한 '아서 플렉', 그를 둘러싼 모든 것(놈)들

"put a smile on your face"


  주인공인 아서 플렉의 삶은 비참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희망과 꿈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늘 타인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모든 인물과 환경은 그에게 시종일관 불친절합니다. 웅크려 있던 아서가 잔혹한 범죄자인 조커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은 일들은 너무나 끔찍하고 화가 치밀어오를만큼 불합리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의 동정을 얻기에 지나치게 충분합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시민인 아서는 스스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불행을 겪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아서가 추락의 계단을 내려가 범죄의 길에 이르는 과정에는 주변 환경과 사람들의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가 앓고 있는 병, 출생의 비밀,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괄시, 우연한 사고, 아버지의 외면, 동경했던 인물의 배신까지. 이 모든 폭력과 불합리를 지켜 본 관객들은 결국 아서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고, 아서의 입장에 공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끝내 영화의 종점에서 아서가 동경하던 머레이를 무참히 살해하고, 폭동의 주동자가 되고, 범죄자들에게 추앙의 대상이 되는 순간, 관객들의 마음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아서를 저렇게까지 만든 세상은 어떤 곳인가'



3. 조커(2019)는 분명 '문제작'

  이 작품의 특별함은 호아킨 피닉스의 탁월한 연기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코믹스 캐릭터를 기반으로 만든 작품임에도, 이 영화는 현실 사회의 단면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작품에 비춰진 사회의 단면은 추악한 모습이었고, 아서의 불행과 그로 인한 보복범죄의 과정은 스크린 속 허구의 이야기로만 치부될 것이 아닙니다. 문득 아서의 이야기가 제가 사는 이곳 디에선가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커(Joker,2019)는 개봉 초기에 '문제작'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지 몇 년이 흐른 지금, 저 역시 이 영화를 문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의미는 살짝 다릅니다. 영화 조커(2019)에서 현실과 맞닿아 있는 강렬한 메시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의식을 갖게끔 합니다. 지금 어디에선가 아서의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 더 친절하기를 소망합니다.

Joker 2 : Folie à deux ( 24.10.4. 개봉예정)

  다소 무거운 주제로 글을 썼지만, 끝은 설렘과 즐거운 마음으로 맺으려 합니다. 이 강렬한 작품의 후속작이 올해 개봉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후속작의 부제는 <Folie à deux=폴리아되>, 프랑스어로 '두 사람의 광기'를 의미합니다. 이미 공개되었듯이 이번 작품에서는 호아킨 피닉스(조커)와 레이디 가가(할리 퀸)가 함께 주연을 맡았으며, 특이하게도 뮤지컬 시퀀스 묘사가 등장한다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개봉 예정일은 2024.10.4.(작성일 기준: d-21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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