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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나무 Jul 30. 2024

식물화 공부 3. - 벚나무

  

   고군분투( 孤軍奮鬪 : 남의 도움을 받지 아니하고 힘에 벅찬 일을 잘해 나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나의 일주일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말일 것이다. 식물화를 그리기에 기초를 모르고 무작정 덤벼놓고 한번 해보겠다고 끙끙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과 만나는 시간 가르쳐 주시는 그 순간에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난주 나는 이소영 작가의 '식물의 책'과 이시크 귀너 작가의 '자연을 기록하는 식물 세밀화'라는 책을 읽으며 지냈다. 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겁이 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식물화의 따뜻하고 투명한 색감과 사랑스러운 모양들을 동경하며 나도 배우면 되겠지 했던 그림들이 거대한 절벽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이 왜 대학생들의 전공서적을 읽고 겁을 먹느냐며 감각을 익히는 게 먼저라고 다독거려 주신다.  


   나의 위치는 노안으로 인해 내 팔레트의 고체 물감들이 어떤 색들인지 빨간색과 밤색, 검은색과 짙은 청색이 구별도 잘 안될뿐더러 1호 세필의 끝부분이 돋보기를 쓰지 않으면 갈라져 보인다는 점이다. 내 머리로는 어떻게 프렌치 울트라 마린과 카드뮴 레몬을 섞은 후 어느 정도 물을 섞어야  비취색도 아닌 오묘 달달한 그린색이 나올 수 있다는 건지 감이 오질 않을뿐더러 내게 있는 12색의 고체물감 중 황토색이 ocher였다는 사실도 가물가물한데 책에서 소개하는 황토색은 Raw Umber 이외에도 미세한 차이로 이름이 여러 가지이다. 


   오늘은 벚나무의 수피에 꽂혔다.  벚나무 수피의 반짝이는 은색과 민트색 작은 이끼, 성장하며 만들어냈을 작은 생채기, 색들의 어우러짐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들어 야심 차게 그려볼 요량으로 사진을 찍었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조색이다. 어릴 적 크레파스화를 그리듯, 옅은 회색을 만들어 작은 조각 종이에 테스트해 가며 가로선으로 바탕색을 칠해본다. 생채기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색을 이리 섞고 저리 섞고 해서 조심스럽게 발랐는데 느닷없는 색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헉~~~  그 미세한 차이 물감의 농도와 물의 양에 따라, 화지에 물을 먼저 발라두고 시작했는지 그냥 발랐는지에 따라 색의 표현은 천차만별이다. 


    결국 화가와 생초보의 차이는 작은 나뭇잎 하나에서도 원근과 음영, 잎의 상태를 관찰하며 여러 가지 색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 나뭇잎을 표현하기 위해 미세한 차이의 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의 차이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지난주부터 화지에 내 팔레트의 색깔들을 칠해보았다 무슨 색이 있는지 색의 농담을 조절해 가며 어떤 색이 나오는지 무작정 칠해보았다. 예쁜 색이 나오는 걸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다.  이번주부터는 두 가지 색을 섞었을 때 변화를 도표로 만들어 보아야지 생각했는데 물의 양에 따른 물감 칠하기 놀이에 빠져 그림을 완성 못했다 


 벚나무는 어떻게 완성하지? 이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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