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호수공원에는 쌈지숲이라 불리는 감사한 장소가 있다. 언덕이라 하기에도 무색하지만 나처럼 관절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우거진 숲에서 가볍게 산책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산책을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어서 아주 작은 숲이지만 사잇길로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다 보면 땀이 촉촉하게 난다.
몸살로 주중 수업에 참여하지 못해 주말 나 혼자 호수공원 쌈지숲에 있는 야생풀을 찾아보기로 한다. 어떤 풀을 그릴까 찾다가 무리 지어 군데군데 자라난 기다란 잎을 가진 풀로 정했다. 내가 그리기 편한 구도로 사진을 찍었다.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고 기능성 티셔츠를 입고 갔지만 등은 젖어 있는 상태이다. 열댓 장의 사진을 찍은 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모니터에 사진을 크게 띄우고 그려보려 했는데 아뿔싸~ 풀 한 포기를 꺾어와 루페로 관찰을 하던지 접사로 열매 부분을 찍어왔으면 좋으련만 햇빛에 반사되어 열매 부분이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 풀의 이름을 모르니 검색을 할 수도 없다. 모야모 어플을 이용해 물어봤더니 어느 친절하신 분이 주름조개풀이라고 가르쳐주신다.
검색을 한다. 벼과라고 한다. 아하~ 어쩐지 익숙한 모양새였다. 주로 응달에서 15-30cm까지 성장한다. 줄기는 여러해살이로 땅에 길게 뻗어 기어가다가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고 무리 지어 살며 바로 서서 자라지만 약간 비스듬히 서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며, 2줄로 배열되고, 잎의 아랫부분은 줄기를 감싸듯 하며, 잎의 가장자리는 물결처럼 주름이 진다.
꽃은 7~9월에 부드러운 털이 있는 꽃대 마디에 녹색 작은 꽃이삭(한 개의 꽃대에 무리 지어 이삭 모양으로 피는 꽃)이 1~8개 달리고, 잘 달라붙는 긴 까락이 있다.(까끄라기의 준말로 까끌까끌하다는 상태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열매는 영과(과피가 말라서 씨 껍질과 붙어 하나처럼 되고, 속의 씨는 하나인 열매. 벼, 보리, 밀 따위가 있다. 穎果)로 익으면 점액성 물질이 분비되어 동물에 붙어 흩어져 퍼진다.
다 그리고 난 후 검색을 해서 주름조개풀에 대해 알고 나니 잎이 줄기를 감싸듯 자라는 모양도 빠뜨리고 작은 꽃이삭도 한쪽 방향으로만 그려 놓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라고 공부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하신 자윤선생님 얼굴이 갑자기 떠오른다. 기다란 잎사귀에 나란히맥도 표현하고 싶은데 이건 솔직히 역부족일듯한데... 해볼까? 윽~ 하지 말걸. 목요일까지 기다렸다 수이샘께 배워서 할걸...ㅠㅠ
돋보기 쓰고 형광등으로 부족해 스탠드까지 켜고 만족스럽지 않지만 식물화공부 또 한걸음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