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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정치학 강의 3

by 글 쓰는 집사

50대 중반의 나이에 아직 미혼인 친구들을 격려해 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였고 지금은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50여 권에 가까운 책을 번역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 친구가 번역한 책 중 하나가 책장에 꽂혀 있지만 경제. 경영서인지라 쉽게 손이 가지 않아 아직도 읽지 못했다. 다른 친구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사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두 친구는 절친인데 얄궂게도 서로 전공을 맞바꿔서 일하고 있다. 다른 한 친구는 대학에서 아마도 무기재료공학인지 여하튼 공대를 나와서 유통업에서 일하고 있다.


번역가 친구의 주도로 한자리에 모였다. 대체로 정치적 견해가 비슷해서인지 조금은 다른 주제로 옮겨갔다. 한 친구가 요즘 경제 상황에 대해 운을 띄우자 다른 친구가 거들었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되어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경제학적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친구에게 경제성장률에 대해서 물어보고 2% 내외라는 대답을 들었다. 최저임금제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다들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우리가 찾은 음식점이 위치한 곳은 한때는 대도시의 도심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번화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로변의 가게들조차 빈 곳이 즐비하고 아직 이른 저녁식사 시간이었는데도 불 꺼진 곳이 많았다. 지방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고 지역 소멸이라는 단어를 연상시켰다. 구도심은 몰락하고 있었다. 지방 경제에서 자영업과 서비스산업의 위축은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하는 방송사의 뉴스를 챙겨보는 편이다. 정치적 견해는 다르지만 그 방송사는 정치 이외에 다른 분야들을 다양하게 보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팬데믹에 특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슷한 상황이긴 했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이어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했었다. 팬데믹이 진정되면서 기저 효과로 한때 4%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도 저성장 기조로 접어든 것 같다. 수출 경기 회복을 기반으로 내수 진작을 위한 방안들이 필요하리라 본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의 영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자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리라 본다. 최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반도체법의 추진을 보며 산업화 시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이 생각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재정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작년 세수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법인세와 비슷하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직장인들의 소득. 특히 고소득 직장인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일부에게만 편중되지 않도록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 간 균형 발전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쇠락한 구도심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구도심과 신도심의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다. 신도심의 활기와 구도심의 향수가 공존하는 도시는 나의 욕심일 지도 모른다. 한 친구는 같은 시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 친구에게 이곳이 가끔씩 찾아오는 곳으로 남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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