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에게서 내 생일이라며 문자가 왔다. 나의 양력 생일을 축하해 주고 오랜만에 식사나 하자는 제안이었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력으로 생일을 기념하지만 우리 세대만 해도 음력으로 생일을 지내는 경우가 있다. 나도 옛날 사람처럼 여전히 음력으로 생일을 지낸다. 여하튼 나는 반가운 마음에 친구들과 저녁을 하고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다. 친구들 사이에 오간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다들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나 역시도 대통령의 탄핵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권한의 공백 상황에 대한 우려는 가지게 된다. 탄핵 심판 절차가 마무리되고 조속한 정국 안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 같다. 탄핵 심판은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법적 절차 중 하나로 정치적 판단과는 다른 것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탄핵 심판의 법적 쟁점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의 비이성적인 접근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 같다.
국회의 탄핵 의결의 단초가 된 사건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다. 여기서부터 법적인 시각차가 드러난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닌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입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도 헌법과 법률적 한계를 벗어난 행위는 위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계엄법이 아니더라도 이번 비상계엄은 선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위헌의 소지가 많은 계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계엄 선포 시 국회에 대한 통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거나 국회 의결을 방해하려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중대한 탄핵 사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인지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주로 실체법적인 다툼보다는 절차법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것 같다. 탄핵 심판이 형사소송절차를 준용한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헌법재판소법이나 헌법재판소규칙. 형사소송법 위반을 내세워 재판의 불공정성을 부각하려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탄핵 심판은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행정벌이지 형사벌이 아닌 것 같다. 탄핵이 된다 하더라도 형사벌처럼 개인의 기본권에 제한을 가하지는 않는 것이고 단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가 법적으로 우월적 지위에도 있지 않고 대통령과 국회는 대등한 관계에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지금 대통령은 탄핵 심판과 형사소송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시민들은 세 번째 탄핵을 지켜본다. 대통령이 불소추특권을 피해서 내란죄로도 기소되어 있다. 전무후무한 대통령이 될 듯하다. 혼란한 정국이 수습되어 시민들이 거리로 내몰리지 않고 편안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