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 불행 n 단 콤보의 서막 : 예상치 못한 불행의 연속
나는 13세에서 14세 무렵 2차 성징이 나타났다. 그 무렵 작은 몽우리가 생기기 시작했고 중학교 1학년이 되니 서서히 가슴이 형성되었다. 그 후, 시간이 더 지나고 성인이 되었을 무렵의 내 가슴은 딱히 내세울만한 크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작아 콤플렉스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2차 성징 이후 생긴 나의 유방은 47살이 될 때까지 나름 만족스럽게 나와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젠가 암세포가 생겼을 것이고 그 암세포는 어떤 작은 덩어리에 붙었고 다행히 나의 손에 의해서 발견이 되었다. 양쪽 모두 암세포가 나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진료실에서 왼쪽 유방에서도 암세포가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내가 듣고도 내가 들은 말이 무슨 말인지, 그 안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한 인지를 하려는 순간, 다른 한쪽 유방에도 상피내암이 있다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도 전에 교수님께서는 추가로 다른 소식을 전해 주셨다. 그 소식은 양측 유방에 암이 있다는 통보보다도 내게 있어서는 더 충격이고 절망이었다. 아니다. 나 아닌 누구라도 여자라면 듣고나면 견디기 힘든 통보라고 확신한다.
나의 오른쪽 유방의 암은 한 군데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세포들이 넓게 퍼져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당연히 부분마취를 하고 소수술실에서 부분 절제 후 당일 퇴원하는 기적 같은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통보였다. 그런데 왼쪽도 상황은 같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교수님께서 추가로 절망적인 소식을 알려주셨다.
“양측 유방 모두 완전 절제해야 합니다.”
나는 그 진료실에서 십 분이 안 되는 시간을 앉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 안에서 그 소식들을 접한 나의 시간과 기분은 시공을 초월했다. 모든 것은 멈추어 있었고, 나의 정신은 블랙홀로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아득했다. 오, 하나님.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신이시여. 하늘나라가 있다면 거기에 계신 나의 엄마,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 제가 지금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것입니까?
“양측 유방 완전절제요?”
“양쪽 모두 암세포가 넓게 퍼져 있어요. 특히 유두 아래쪽에 있어서 유두를 제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양쪽 유두 모두요?”
양측 유방 제거도 모자라 추가로 유두까지 함께 모두 제거라니... 머릿속이 하얗고 또다시 까맣게 되어서 아무런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후에는 아마도 수술 날짜를 잡겠다고 하셨던 것 같다. 수술 전 검사에서 문제가 있었던 나의 심전도와 나의 뇌수술 이력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 했던 것 같다. 충격에 그 다음의 것들은 내 귓가를 멤돌 뿐이었고 남편이 이런저런 정보들을 기록했다.
진료실에서 나온 후, 남편에게 말했다.
“나 어떻게 하지? 양쪽 유두도 제거하면?”
아마도 남편은 나를 위로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을 던 것 같다. 자신의 아내가 유방암인 것을 알게 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아는 남편은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유두가 뭐가 중요해. 전이만 안 되면 된 거지.”
맞는 말이기도 하고 남편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밖에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이상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발 끝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상대방을 설득시킬 때 “네가 나의 입장이라면 어떻겠니?”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 준다. 그래, 여성성에 있어서의 유두의 의미가 우리 사이에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이겠지만 내가 현재 마음이 얼마나 아픈 것이며 그 상태가 어떤 정도인지 남편이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게 말하고 싶었다.
“ 너 있잖아...만약에, 네가 전립선 암 같은 것에 걸렸어. 그런데, 그 암이 양쪽 고환까지 퍼져 있어서 수술로 양쪽 고환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소릴 들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참으로 지독한 상상력으로 독설을 퍼부었다.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나는 이렇게 해서라도 나의 절망적인 마음을 강제로라도 이해시키고 싶었다. 이런 상황인 사람 옆에 있는 남편도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으로 똘똘 뭉쳐서 나를 조금만 자극해도 독침이 솟아 나오거나 입에서 독보다도 지독한 말들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 시간의 나는 독기가 온몸에 꽉 차 올라 있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모든 일들이 단 한 가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로컬 병원에서 상피내암인 것을 알고나서부터 매일 산에 올라 이제껏 가져 본 적 없는 마음으로 온갖 모든
사물과 생명과 신에게 빌었지만 그 어떤 것도 내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방암은 아무리 상피내암이라고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서, 특히 나처럼 세포가 퍼져있는 모양이라면 완전히 절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기 유방암이면 간단한 수술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두길 바란다.
나는 내 양쪽 유방과 유두가 사라지는 상상은 할 수가 없었다.
그 모양은 절대 떠 올릴 수가 없는 그림이었다.
2차 성징 전의 나는 몇 살이었더라?
11살 혹은 12살 즈음의 가슴이 평평했던 나는 여자라기 보다는 아동이었는데...
다시, 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