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 불행 n 단 콤보의 서막 : 예상치 못한 불행의 연속
왼쪽 유방 너마저...
더블로 가는 건가요?
그 상황에서 왜 어느 햄버거 회사의 광고(영화 패러디)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묻고 더블로 가”
이 뜻은 내 왼쪽 유방에도 암이 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뜻인데
“왼쪽도 상피내암입니다.”
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갑자기 “묻고 더블로 가”라는 광고 속의 대사가 떠올랐다.
그 햄버거 광고는 영화를 패러디한 광고였는데 나는 그 영화보다는 광고가 더 인상이 깊었고
그리고 아마도 더블이라는 단어에 꽂혔을 것이다.
양쪽이라는 단어와 더블이라는 단어가 같은 개념도 아닐뿐더러 “묻고 더블로 가”는
내가 오랜 시간 몸담았던 특수 직종이었던 회사에서나 들을 수 있는 전문 용어인데도
이한별 교수님의 “왼쪽도 상피내암”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의 다른 한쪽 귀에서는
“묻고 더블로 가”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것은 아마도 갑작스러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내 나름의 해석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양쪽 다 유방암이라는 것과 연결을 지은 것 같다.
이유를 모르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것인데, 저 대사에서의 묻고는 물론 물어본다의
뜻과는 전혀 관계없다. 내 머릿속엔 도대체 무슨 단어들이 들어있는 것일까?
얼토당토않은 상황들을 다 묶어서 매번 끄집어내는 것도 참으로 재주이다.
혼자서 쓴웃음이 나왔다.
다짜고짜 나의 다른 나머지 한쪽에도 유방암이 있다는 통보.
너무 아프거나 당황하면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것처럼, 그 어마무시한 통보를 듣는데
나는 짧은 탄식조차 내뱉지 못했다.
양측 유방에 유방암이 모두 존재한다는 것은 뭐라 칭해야 하나?
나름 혼자서 명칭을 생각했다.
트윈브레스트캔서와 더블브레스트캔서.. 말도 안 되는 영단어 조합.
그래도 이리저리 나는 이런 것을 혼자서 생각하며 이 절망의 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브레스트 캔서”라는 단어가 “유방암”보다는 덜 무시무시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유방이 더 익숙하고 브레스트는 유방보다 덜 익숙해서 "브레스트 캔서"는 왠지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는 “젖가슴”느낌보다는 “흉부”라는 뜻의 느낌을 가지는 것은
나만 그럴 것일까?
어쨌거나, 나는 하필 양측 모두 유방암.
왼쪽 유방암은 정말 1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그저 오른쪽 암이 한쪽 귀퉁이에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대로 부분 절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상피내암이기만을, 그래서 전신마취 같은 큰 수술을 안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이것만을 위해서 나는 간절히 바랐는데, 그것은 고사하고 내가 들은 것은 나의 다른 쪽 유방에도 상피 내암이 있다는 절망의 절망의 절망을 더하는 소식이었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절망적인 소식들을 접하게 될 것인가...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나의 소원을 간절히 말했지만 아무것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만 같았다.
뭘 해도 반대로 가고 있어서 무엇을 해도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
온 우주의 시간과 공간이 나와는 정반대로 돌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