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홀러라면 대부분은 쉐어하우스에 거주하게 될 것이다.
집 주인이 방 하나를 임대를 하는 경우도 있고, 집 하나를 통으로 빌려 남은 방을 임대해주는 경우도 있다.
후자에는 같은 워홀러인 경우도 있고, 유학생도 있고, 다양한 무늬만 집주인(?)이 다양하다.
후자의 경우가 은근히 많은데, 집 하나를 통으로 빌리는 임대료보다 쉐어하우스로 걷어들이는 임대료가 더 많아서, 거의 돈이 들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나는 전자와 후자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경험해 보았는데,
첫 쉐어하우스는 워홀러의 커플이 집주인인 경우였다.
제일 큰 방은 커플인 언니오빠가 사용하였고, 작은 방 두개는 나와 다른 한명이 살고 있었다.
그 커플 언니오빠는 나보다 겨우 몇살이 많은, 지금 보면 어리디 어린 20대 중반 남짓의 청춘이었다.
젊은 혈기였던 그들은 일도 같이 하고, 살기도 같이 살다보니 늘 집에서는 다툼이 잦았다.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 의지할 사람은 서로일 뿐일테니 더더욱 다툼이 잦았던 것 같다.
나와 다른 쉐어메이트는 그들보다 나이가 어렸으므로 늘 그들의 눈치를 보고 살았다.
하지만 20대의 사랑 싸움이 뭐 그리 오래 갔을리가.
그래도 그렇지 방금 전까지 소리치고 싸우다가도 금방 또 풀려서 아무렇지 않게 거실로 나오곤 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리 싸웠으면 머쓱해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덜 했을텐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같이 밥먹으러 나오는 모습이 나에게는 나름의 문화충격이었다.
그러다 다른 쉐어메이트는 커플이 되었다.
한국에서 남자친구가 워홀로 들어와서 같이 살게 된 것이다.
이제 이 집에는 두 커플과 내가 있는 것이다.
그 두 커플은 서로의 운명의 단짝들을 만난 듯 절친들이 되었다.
뭐 당연할 수도 있다.
아는 사람이 지극히 제한적인 낯선나라에서니까 말이다.
그 넷은 밤마다 거실에서 술파티를 벌였고, 주말이면 늘 카지노에 갔다.
심지어 쉐어메이트의 남자친구는 워홀로 들어와서 단 하루도 알바를 구하려 하지 않고 늘 놀기만 했다.
집주인 커플은 같이 청소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집주인 언니가 자기들이랑 같이 하자는 말을 철떡같이 믿고만 있었다.
그 쉐어메이트의 남자친구는 주말이면 늘 카지노에 갔다. 물론 넷이서 다 같이.
그래도 그 분은 운은 좋은지 항상 돈을 따서는 얼마를 땄다면서 별 관심도 없는 나에게까지 자랑을 했다.
그리고는 그 돈은 쇼핑을 하는데 썼다.
나는 그 모든 게 너무 불편하고 싫었다.
"우리 오늘 카지노 갈껀데 같이 갈래?"
"아뇨. 저는 그런거 잘 못해서.."
"그래? 그럼 우리 갔다올께"
그렇게 주말이면 또 그들은 카지노로 향했다.
"오늘 꼭 돈 따서 아이팟 살꺼야. 너도 가서 따면 좋을텐데" 라며..
어느날은 갑자기 나에게 이상한 누명을 씌우기 시작했다.
내가 자기들의 음식에 손을 댔다나?
내가 사 놓은 계란도 다 못어서 마지막 몇개는 버리고 있는 판국에 자기들 계란에 왜 손을 댔다고 생각하는 건지.. 억울해도 그들의 주장에 반박할 방법은 없었다.
내가 내 계란에 번호를 써놓고 먹은 것도 아니고, 그들도 역시 심증일 뿐이었다.
그들도 심증일 뿐이었다. 무슨 증거로 나를 그렇게 취급하냐는 말에
'누군가 계란을 먹은 것 같은데, 내 계란은 갯수가 그대로더라' 라는 말에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나는 나의 계란이 몇 개 남았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꺼도 몇 개인지 모르고 있는 와중에 남의 계란 갯수까지 확인하고 있었다고??
내 계란 갯수가 그대로인 건 어떻게 증명할꺼냐는 내 말에 그들은 너무나 태연하게 '세고 있었다' 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도 나와 지내는 것이 그들은 싫었던 게 아닐까.. 싶다.
철 없던 20대 아니었는가.
지금은 그들도 '쟤는 저런거 안좋아해'라며 내버려둘지도 모른다.
나도 물론 그들이 불편하고 싫었기 때문에 더이상 덧붙이는 말 없이 그 집에서 나간다고 했다.
억울한 점은.. 어차피 그들을 다시 볼 거 아니니까 라는 생각으로 덮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첫 쉐어하우스에서 두달도 채 살지 않은채 나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