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왜 사랑하니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종종 '그냥'이라고 답하게 된다. '그냥'은 아무 이유 없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절대적인 인과요인이 없음을 가리킬 뿐이다.
절대적 인과요인의 부재는 중요하다. 만약 A라는 인과요인이 존재한다면, 그러니까 A 때문에 홍길동을 좋아한다면 그건 A를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 홍길동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A가 없는 홍길동은 좋아하지 않는다면, 사랑이라 부르기엔 왠지 꺼림칙해진다.
그러니 이 '그냥'은 부분보단 전체에 관한 진술일 테고 더불어 대상의 어떤 변화할 여지까지도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준비해 놓는 셈이다. 존재의 '무엇'에 관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 관한 것.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인격체에 대한 역동성을 '그냥'이란 단조로운 답이 자신도 모르는 새 너그러이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