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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릿캐슬 Mar 21. 2024

2. 이혼 준비

 이혼 준비

 ‘이혼’ 생각보다 생소한 단어는 아니지만 나 스스로에게 접목할 생각은 못했던 단어였다. 그래서 막연하게 이혼은 서류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으면 끝나는 절차로만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보던 드라마처럼 서류를 들고 법원에 제출하면 신구 같은 선생님이 결혼 생활에 대한 적당한 조언을 해주며 ‘6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숙려기간을 가지는 걸로 알고 있었다. 

 실제 이혼을 받아들이고 결심한 후 이혼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았다. 내 주변에는 이혼을 경험한 지인이 없고 아직 누군가에게 내 상황을 밝힐 용기가 나지 않아 브런치나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이혼에 대해 찾아보았다. 사실 당시에는 이혼에 대한 절차보단 이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으며 공감이나 위로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카페나 유튜브 등에서 접한 이혼 이야기는 소송이나 절차 등과 같은 형식적인 이야기였고 그나마 브런치 글에서 나와 같은 경험을 겪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나 역시도 그 당시 읽었던 글처럼 누군가에게 형식적인 도움이 아니라 조금의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혼 준비에 대한 글을 적어본다.


이혼 결심

 결혼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한 번은 이혼을 생각해 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든다고 모두들 이혼을 하진 않고 나 역시도 이혼에 대해 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다. 결혼 후 1년 차에 처음으로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후 화해를 해도 무의식 어딘가, 마음 한편에는 이혼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부부상담을 받는 와중에도 서로 다름을 이유로 많이 싸우고 이혼 이야기가 몇 번 더 오갔다. 마지막 이혼 이야기가 나오고 나 역시 이혼을 받아들이고 수긍했다. 이혼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이혼한다.]와 [죽지 않기 위해 이혼한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더 행복해지기 위한 이혼을 선택한 쪽에 가깝다. 이혼을 받아들이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의 부재와 상반된 가치관 때문이었다. 부부상담을 받고 여행도 다니고 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외로움이 있었던 것 같다. 데이트를 하는 동안은 재미있고 즐거웠지만 같이 있어도 따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가정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이런 느낌은 온전히 나만 느끼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이었다. 따로 있어도 함께라 느낄 수 있는 와이프와 함께 행동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나는 일상에서 조금씩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기적처럼 반려자를 만나 그녀로 인해 일상이 행복으로 가득 차길 바랐던 처음의 마음가짐이 흐려지면서 되돌아가기 힘들다고 느낀 순간 이혼을 결심하였다.  

 반면 와이프는 [죽지 않기 위해 이혼한다]는 쪽에 더 가까웠을 거다. 부부싸움과정에서 항상 나에게 했던 말은 벽 보고 대화하는 것 같다고 했으니까. 잘잘못을 따지는 나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에는 수용할 자세를 취하지 않았었고 이로 인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전에도 이런 부분으로 인해 이혼을 언급했었고 이번에 알았지만 항상 이혼에 진심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의 관계 외에도 시댁의 분위기나 생활방식의 차이에서도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내 가치관이나 기준만을 고집해서 상대방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보통’과 ‘올바른’이라는 명목하에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이라고 잔소리를 했었다. 이러한 일들로 서로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와이프도 이혼을 결심했던 것 같다.


이혼 신청서

 이혼을 법적인 절차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형식적인 부분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다. 우리의 경우는 아이도 없고 원만한 협의 이혼을 진행했기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법원이나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시스템의 부재는 아쉬움은 들었다. 아이가 없는 협의 이혼의 경우 재산 분할만 서로 조율된다면 이혼 신청서, 가족관계 증명서, 혼인관계 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위 서류만 있으면 된다. (각 서류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나와야 한다.) 이후 신청서에 도장을 찍고 가정법원 창구 직원에게 제출하면 다음 방문 일자가 적힌 안내서를 나눠준다. 이후 숙려기간을 보내고 안내서에 적힌 날짜 2일 중 택 1 하여 함께 방문하면 이혼 확인 등본을 수령하고 이혼이 완료된다. 숙려기간 동안에는 서로 대화를 통해 이혼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해 보고 부부상담 등의 외부 지원을 받을 기회라고 되어있지만 이혼 시간을 늦춰줄 뿐 현실적인 지원은 없었다. 우리의 경우는 이전부터 부부상담은 받았었고 주말부부를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숙려기간 동안 별거를 하며 이혼을 준비해 왔다.


이혼 고민

 이혼을 준비하기에 앞서 충분히 많은 고민을 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 혹시 내가 감정적으로 이혼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보길 권한다. 나 같은 경우는 감정적인 부분보다는 '언젠가는 이혼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이혼에 대해서 가능한 여러 번 생각하고 다시 잘해보자고 붙잡아도 봤었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혼을 수용하였지만 후회와 자책은 남는다. 이혼 진행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혼은 정말로 힘들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힘들지 않은 결혼 생활은 없고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 삶과 부부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혼한 나는 지금보다 미래가 더 힘들 것 같아 무섭다. 다만 이 부분은 오롯이 내 주관적인 감정이고 나 역시 이혼하지 않았을 경우 지금 보다 더 힘들 걸 알기에 이혼을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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