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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연 Apr 09. 2024

09. 달리기 좋은 다리

워킹맘의 숨 쉴 시간, 달리기

두 달 전 구청에서 무료 러닝 강좌를 운영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집에서 수업 장소까지 버스로 세 정거장 정도 거리였고, 시간대도 딱 좋았다. 빤한 월급에 아이들 교육비며 의료비로 여유가 없는 엄마는 ‘구청 만세!’를 외쳤다.


신청일에 알람을 맞춰 대기 모드로 있다가 오픈시간이 땡 되자마자 신청버튼을 눌렀다. 무료라는 말에 혹하기도 했지만, 지금껏 홀로 달리기만 해왔던지라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쯤 점검도 받아보고 싶었다.      


러닝 클래스 첫날, 운동장을 한 바퀴 걷고 나서 코치님이 처음 온 사람들만 따로 불러 달리기 자세를 간단히 설명해 주셨다. 달리기 전 무릎보호대를 하려는데 나에게 물어보셨다.


“그거 하면 무릎이 좀 안 아파요? 저는 등산은 몰라도 러닝 할 땐 무릎보호대를 권하지 않아요. 무릎 주변 근육이 발달되는 데 방해가 되거든요. 스쿼트 같은 보강운동을 따로 해주면 그래도 괜찮은데 잘 안 하시니까요.”      


나는 그때까지 달리기를 할 때 무릎보호대는 꼭 착용했었다. 출산을 경험한 주변 지인들은 무릎이 아파 달리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약골 워킹맘인 내가 그래도 n년차 러너가 된 데에는 무릎보호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 한강에 맨 무릎으로 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랑은 상황이 다르다고 여겼다.


아마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왔던 게, 러닝의 측면에서는 좋은 보조 운동이 되었던 것 같다. 버티는 근육이 발달되었고 스트레칭으로 근육도 잘 풀어주었다. 그동안 내가 무릎보호대를 했어도 따로 운동을 했기 때문에 무릎 주변 근육이 유지될 수 있었나 보다.    

  

결국 출산과 육아로 약해진 무릎은 별도로 강화운동을 병행하면서 천천히 달리기 거리와 속도를 높여 나가야 하는 거였다. 코치님도 달리다가 무릎이 아프다면 달리기 강도를 다시 낮추고 보강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하셨다.    

  



아직까지 강습 초반이라 코치님이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키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지금껏 무릎보호대 없이도 아픈 곳은 없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챙겨야 할 물건이 하나 줄어드니 강습 채비도 가뿐해졌다. 3월까지도 바람이 차서 귀달이 모자에 장갑, 넥워머도 챙겨야 했다. 마실 물과 지갑, 핸드폰까지 에코백에 넣으면 제법 짐이 많았다.      


한 달 정도는 3km 내외를 달리고 운동장 스탠드에서 근력운동을 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달리기 보강 운동을 했다. 코치님은 ‘달리기 좋은 다리’를 만드는 근력 운동을 강조하셨다.


비가 오는 날은 스쿼트는 물론이고 자리에서 한 다리로 일어났다가 앉기, 팔을 뒤로하여 의자 짚고 하반신 내렸다 올리기 등을 실시했다. 벅찬 구간도 있었지만 대체로 기분 좋은 근육의 땡김이 느껴졌다. 확실히 수업을 들으니 혼자서는 도달하기 힘든 횟수까지 해낼 수 있었다.     


달리기 좋은 다리를 만들려면 달리기, 보강운동, 마사지를 한 세트로 꾸준히 해주어야 하는 거였다. 내 달리기 생활을 돌아보자면, 필라테스로 주 2회 보강 운동을 했고 러닝 후에는 스트레칭은 물론이고 마사지 건이나 폼롤러로 아픈 부분은 잘 풀어주었다.


허벅지나 종아리 정도 크기의 근육에는 폼롤러를 사용했고, 정강이 앞쪽과 어깨 같은 소근육에는 마사지 건을 썼다. 코치님도 정강이나 발은 손으로 주물러 주는 게 좋다고 했다. 복사뼈 주변을 꼭꼭 눌러주며 풀어주라고 시범도 보였다. 발은 마사지해 준 적이 없었지만, 이 외에는 제법 달리기 근육이 붙을 만큼 잘 해왔던 거 같다.



 

무릎보호대는 독학 러닝의 함정이었을 수도 있지만 내게 심리적 안전선으로 작용했다. 내 다리가 달리기에 적응하여 어느 순간 착용할 필요가 없어진 지점이 있었을 텐데 혼자서는 벗어버릴 자신이 없었다. 전문가의 코멘트를 힘입어 한 꺼풀 벗었으니 조금 더 가볍게 달리게 되었다. 이제 무릎보호대는 벗어버리고 달리기 좋은 다리를 만드는 데 집중할 거다.


무릎보호대를 돌돌 말아 바구니에 넣었다.

‘안녕, 무릎보호대야. 그동안 고마웠어. 등산할 때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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