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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수 Mar 08. 2024

서울에서 사는 게 훨씬 안정적이지 않아요?

서사수 에디터의 셀프 인터뷰 시리즈

서울에서 나고 자란 소피는 빌딩숲 사이를 지나 지옥철을 뚫고 집에 가는 길이 늘 답답했다. 제주, 헝가리 등 다양한 도시에서 살아본 후, 서울처럼 밀도 높은 도시에서 사는 것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슷비슷한 아파트, 비슷비슷한 체인점,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도시의 풍경은 소피에게 더 이상 즐거움을 주지 않았다. 살고 싶지 않은 지역, 벗어나고 싶은 일상이 명확해지자 탈서울에 대한 마음이 굳어졌다. 현재는 전주•부여•인천 살이를 거쳐 다음 이주 지역을 모색하고 있다.




2023년  도고담다 3기로 아산 2박3일 살이를 하던 중에 다정쓰가 찍어준 컷이다.

안녕하세요, 소피님-! 소피님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시나요?

로컬이라는 관심사가 겹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로컬생활자로서 여러 지역에서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로컬 라이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거나 로컬에서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요. 상시 운영 중인 로컬 생활 기록 모임 '복닥맨션', 로컬 생활 고민을 나누는 상담소 '로컬 생활자의 집', 로컬 지향인들이 모여 탐구하고 실천하는 커뮤니티 '로컬 데이즈' 등이 있어요. 지역 간의 경계를 넘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모임이 마련되었으면 해서 주로 온라인 모임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블로그로 셀프 브랜딩 하는 법을 배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했던 적이 있어요. 매주 과제가 주어지고, 서로에게 응원과 지지를 남기면서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했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서 느슨한 연대의 힘을 배웠고, 언젠가 나도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응원과 지지를 주고받으며 성장해 가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었죠.


<로컬>을 중점으로 모이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된 건, 지역과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에요. 로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오프라인에서만 연결되고, 소속이 없으면 지역 안에서 고립갑을 느끼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보았어요. 소속이 있어도 마찬가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꼭 기관이나 기업에서 주관하는 교육 •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우리끼리 자유롭게 연결되고 함께 성장하거나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 로컬 기록 모임 (2) 지역이주생활자 고민상담소 (3) 로컬 지향인 커뮤니티

 


소피님은 언제부터 로컬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계신 건지도 궁금해요.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고, 마침 그런 환경을 지원해 주는 곳이 서울 밖에 있어서 떠돌이 생활이 시작됐어요. 처음엔 지역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2021년도에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청년마을> 홍보물이 자주 올라오는 걸 보면서 '로컬'이란 단어를 처음 접했고, <책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통해서 저의 관심사가 '로컬'로 정의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로컬을 이론으로 배울 게 아니라, 직접 살아보면서 경험으로 터득해야겠다 싶어서 곧장 지역 이주를 실천했어요. 


여러 번 이주를 경험하면서 공통적으로 겪은 애로 사항 중 하나가 새로운 지역에서의 삶이 불안해지거나 재미를 잃어버렸을 때 이런 고민을 지역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털어놓기 애매하다는 거였어요. 그렇다고 지역 밖에 있는 친구들은 살아보지 않았으니 공감할 수가 없고요.  지역 살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로컬금쪽상담소> 같은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역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로컬 생활 툴킷이나 워크샵을 개발하고 있어요.


또한, 지역의 이야기 - 사람 - 공간 자체에도 관심이 많아서, 소멸되고 있는 것들이 재생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 있어요.



인천엔 어떻게 살게 되셨나요?

왜 인천이었나요?

다른 지역에서 기왕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어요. 제가 원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 몰라서 일경험을 다양하게 해 보는 걸 추구했지만, 그러면 지원 사업이나 관계에 기대지 않고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더라고요. 특히 여러 지역에서 살아보려면 소속 없이 일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죠. 소속 없이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 때까지 생활비를 아끼려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제가 집을 비운 사이 가족들이 인천으로 이사했더라고요(웃음).  인천 살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살아보고 있어요.



인천은 소피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인천은 저에게 문화기획 학습장이에요.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할수록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고, 좋은 문화를 경험할수록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화기획에 관심이 많은데요. 인천에는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다양한 플레이어 - 복합문화공간 - 축제 - 마을공동체 행사가 있어서 좋았고요. 신도시 난개발이 이슈인 지역이지만, 이에 반응하고 지역의 고유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계셔서 오히려 더 빛나는 지역이라고 느껴요. 그분들 덕분에 재개발 /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도시 계획 / 미래 도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역의 주체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어서 좋아요.



(좌)  수봉정류장 _ 수봉산 둘레 마실길 / (우) 인천 스펙타클 _ 동구르르 동구산책


‘사는 곳’은 소피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사는 곳은 '내가 존재하기에 의미가 있는 곳.'

저는 5년 전부터 사는 곳을 스스로 선택해 왔어요. 그곳을 선택한 이유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이 잡혀있기 때문에 '나'를 빼고서는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여기서 어떻게 살고, 누구와 관계를 맺고, 매일 어떠한 일상을 마주하고, 무엇을 경험하는지로 인해서 영향을 받는 나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게 곧 지역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어디에서 살아보던 이것을 감각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어디에 살아야 내가 원하는 대로 존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인천에 살면서 가장 도움이 되거나 의지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수도권엔 관심이 없다 보니 인천을 베드타운 그 이상 그 이하로 생각해 본 적 없었어요. 신기하게도 마음 두고 정붙이고 살 수 있게 해 준 어른을 만나면서 인천 살이에도 변화가 찾아왔어요. 그 어른은 공간 운영자이자 문화기획자신데, 인터뷰를 계기로 친해졌어요.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기획을 해오셨고, 그 길이 제가 지향하는 길이기도 해서 인터뷰 요청을 드렸어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결이 맞다는 걸 느꼈고, 그 후로 종종 찾아가서 대화를 나눴어요. 곁에서 그분의 일을 지켜보고, 때로는 같이 일하기도 하면서 처음으로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일 말고도 삶에 대한 고민을 툭툭 꺼내놓을 수 있고, 어깨를 툭툭 치며 '고민이 있으면 와 들어줄게'라고 해주시는 분이라 많이 의지해요. 저도 이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인천에서 자랑하고 싶은 사람 / 장소 / 맛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요... 인천을 잘 아는 게 아니라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자랑하고 싶은 사람은 ‘lifecommalife’ 복합문화공간 기획자분들이에요. 매번 삶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사유할 수 있는 기획을 꾸준히 선보여요. 퀄리티와 진정성을 계속 유지하는 모습을 존경해요.


장소는 정감 있는 동네인 배다리에 위치한 '나비 날다 책방'. 사람에게 말 거는 듯한 따스한 공간이에요. 고양이가 사장인 책방인데 그 녀석이 참 부러워요. 여러분도 가서 고양이가 되어보세요.


맛은 인천역 근처에 위치한 '해안칼국수'입니다. 바지락이 면을 뒤덮을 정도로 많아요. 저는 바지락 킬러라서 정신없이 그릇에 코 박고 먹었어요. 국물이 거의 심해 속으로 들어간 것만큼의 깊은 맛이에요.



(좌) 부평의 lifecommalife / (우) 배다리의 나비날다책방 인터뷰 링크


마지막으로, 다른 지역의 사수님들께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궁금해 미치겠어요! 오랫동안 건강한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비결, 지역에서 커뮤니티 없이 적응하는 방법, 내가 가진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일을 따내는 방법이 궁금해요.

저는 지역 이주 준비자 혹은 입문자를 위한 중개 여행 프로그램을 열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지역의 커뮤니티와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좋겠는데, 숙박 공간이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연락 주세요!!



✼소피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질문을 수집해 답변글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질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작성 부탁드려요 :)

서사수 에디터 소피에게 묻다.



에디터 소개


로컬생활자 소피 | @local.sop

사람이 필요한 지역과 기회가 필요한 사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기획자 & 에디터를 꿈꿔요. 정착할 곳을 찾아 여러 지역을 넘나들고 있고, 궁금한 이야기를 찾아 3년째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최승선 | @choi_welcome

지역과 공간이 주는 경험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전공의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지역에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플레이어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 서울밖사수
모든 자원이 서울로 몰리는 나라에서 서울 밖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서울 밖의 자리를 사수하는 사람들을 찾아 더 많은 서사가 다양한 지역에서 흘러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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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outofseoul.sss@gmail.com
인스타그램 @seo4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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