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천재 작가(류귀복)님에게 임무를 하달받아 도서관에 갔다가, 혹여 브런치 스토리에서 내가 구독한 작가님들 책이 있을까 해서 찾아보고 발견한 김제호 작가님의 낀대리 김대리 그대로 견디리 책을 대출받아 읽었다. 솔직히 직장 생활과 멀어진 지 꽤 된 상황이라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솔직한 표현들로 써 내려간 글들이 미소 짓게 하며 술술 읽히게 했다.
특히나, 후반부에서 읽게 된 전화 공포증이나 운동과 관련해선 동지애를 느끼듯 친근함마저 느껴졌다.
오늘 최근 출판을 하고 인천에서 제안이 들어와서 이사를 가는 게 나을지 상담 요청한 내담자와 통화를 하고, 김제호 작가님의 책을 읽으니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부럽다고 느낀 부분은 단순히 출판을 해서가 아니라, 오늘 상담한 내담자님이나 김제호 작가님 외 수많은 작가님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글로 녹여낸 용기가 부러웠다.
그리고 문득, 내가 왜 성공하고 싶었나 생각해 보게 됐다.
무조건 남자 잘 만나서 시집가야 한다며, 두 번이나 이혼해서 홀로 살면서도 오로지 인생에 남자 잘 만나는 게 큰 복이라고 말하는 엄마가 내 나이 20대 초반일 때, 방송국을 통해 나를 만나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느닷없이 그 어떤 언지도 없이 8살 연상에 5급 장애인을 소개했던 것 때문에, 남자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를 유난히 괴롭히던 놈이 유명한 래퍼가 됐다. 그놈도 성공하는데 나라고 성공하지 못할까 하는 의문이 성공하고 싶은 욕구로 바뀌었다.
부모도, 형제도,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니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사람 되고 싶었다.
가까운 친척 포함 주변에 이렇다 할 만큼 성공한 사람이 없다.
아버지는 공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내 꿈이었던 만화가에 대한 비평만 늘어놓으시며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기에 원하는 걸 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키도 작고 가방 끈도 짧고, 가정 형편도 어려운데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으니 자수성가라도 해야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성공한 사람들처럼 무언인가에 '미쳐 보고 싶다'
이렇게 나열해 보니, 타인의 시선과 감정, 그리고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하거나 타인에게서 존중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한 이유들 뿐이다.
이게 과연 '내가' 바라는 성공일까, 나는 정말 '성공을 바라는 게 맞는가'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김제호 작가님의 책이나 집샤 작가님의 연제 글을 보면 거침없을 정도로 솔직 하다. 그리고 그 솔직함엔 자신이 무얼 바라고 어떤 삶이 어울리고,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저돌적인 솔직함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특별한 힘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나를 여전히 모르지만 열심히 알아가고 있고, 그래서 제법 과거보단 잘 알게 됐다 생각했는데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주춤하거나, 쓴 글을 삭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정말 글을 쓰고 싶은 게 맞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인지, 내가 작가로 인정받고 싶은 것인지 단순히 '성공'이 하고 싶은 것인지, 타로 상담사로 유명세를 얻고 싶은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위에 나열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나는 아직 나를 알지 못했고, 나를 알지 못하니 목적지가 분명하지도 않은 '성공'이란 것만 바라보고 달리느라 어디로 향해도 잘 가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래서 부럽다. 장애가 있음에도 글을 통해 극복했다는 오늘의 내담자, 거침없이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김제호 작가님과 집샤 작가님, 그리고 자신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란 걸 명확하게 알고 글 쓰기를 사랑하는 천재 작가님 외 여러 작가님들까지. 솔직히 부럽다.
대출받은 도서를 반납하면서, 얼마 전 도서 신청한 책들이 들어왔는지 확인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조만간 자원봉사 모임 식구들을 위해 5월 가정의 달을 기념해서 켈리그라피로 이름 시를 지어 써 주고 싶어서 국어사전을 대출받고, 타로의 세계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타로 책도 찾아봤다. 타로에 관해서 단순히 해석만 써진 책이 아닌 그들의 삶을 녹여낸 책 두 권을 발견하여 총 세 권을 대출받아 집 근처에 있는 스벅에 왔다. 얼마 전 생일 쿠폰으로 받은 기프티콘도 쓸 겸, 오래간만에 집이 아닌 카페에서 글도 써 볼 겸, 저녁 상담 전 여유를 가져 본다.
3년 전엔 켈리그라피로 성공하고 싶었고, 근 2년 간은 타로 연설가로 성공하고 싶었고, 지금은 작가로 성공하고 싶지만, 여전히 '진짜' 내가 바라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늘 허공을 노 저어 목적지 없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꿈조차 가지지 않고, 세상을 만만하게만 생각하고 노력 없이 오로지 자만심 하나로 대충 해서 명예를 얻거나 존중을 바라는 사람들보단 잘 가고 있다 위안해 보면서, 오늘도 상담하고 책 읽고, 상담하고 글 쓰고, 이렇게 잠깐의 외출 후 다시 또 저녁 상담을 준비하는, 늘 같지만 늘 같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상을 보내며, '나를' 찾는 여정을 멈추지 않아 보련다.
그대여, 그대는 그대를 잘 아시는가. 나는 나를 여전히 모르겠기에, 왠지 자신을 잘 알고 살아가고 있는 듯한 그대들을 보며, 나 역시 아버지에게 받은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가 되어 '나를' 찾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길 바라며, 그대들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대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그대들과 함께 하며 오늘을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