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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Jun 10. 2024

마음의 눈을 피한 건 나였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란 드라마를 봤다.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가족들과 그런 가족과 엮이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며, 주인공은 평범해 보이지만 초능력을 가진 가족들 모두의 마음을 변화시켰고, 그들이 스스로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빚으로 엮인 사람마저 주인공을 친 딸처럼 사랑하게 만들었으니 그 역시 초능력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지몽을 꾸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꿈 때문에 가족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생각했지만, 주인공 덕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고, 몸보다 마음이 가벼워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거의 반 평생을 상실감에 빠진 사람에겐 어떤 마음으로 과거를 바라보며 문제를 직면하느냐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고, 눈을 보면 상대방 마음을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겐 진심을 보는 것이 아플 수 있지만, 외면하면 할수록 봐야 할 것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초능력도 없는 주인공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다.


   나 역시 예지몽을 종종 꾸곤 했었고 그 덕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적이 제법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순간 불행한 재능이라 여기게 된 사건들이 쌓여 갔기에 예지몽을 저주라고 생각하는 드라마 속 엄마의 대사에 공감이 갔다. 타고나길 감각이 예민해서 사람들 표정이나 몸짓 행동 모든 부분을 금방 읽어내는 탓에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서, 둔한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눈을 통해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인해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주인공이 전한 대사가 나를 위로해 주는 듯했다.

진실을 보는 것이 무섭고 아플 수 있지만, 그래서 아무것도 보려 하지 않는다면 정말 중요한 것까지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그 대사.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아" 이런 말처럼 나는 불편한 예감이 드는 순간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불편한 예감은 늘 맞아떨어졌고, 상처받았던 경험이 쌓일수록 정면 돌파가 아닌 도망가는 것을 택했던 것이다.


   사람들에 대한 불신. 이미 너무 오래전부터 상처에 상처로 덮어진 탓에 믿지 않겠다 해놓고선,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솔직한 내 마음은 이런 예민한 나도,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느끼면서 단단해지고 싶었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회피하고자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들의 눈을 보지 않으려 애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회피만 했던 탓에 정작 중요한 내 마음조차 외면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을 어둡게만 보려 한 게 아닐까. 모 아니면 도처럼. 어둡고 밝은 곳만 있을 것이라 단정 지어 보고, 그래서 내 마음이 이끄는 길도 애써 외면하면서 오히려 관계를 회복할 기회조차 주지 않아서 내가 나를 더 어두운 새 장 속에 가둬 버렸던 게 아닐까.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어두운 새 장 속에 살고 있으니 세상을 어둡게만 보려 해서 어두운 사람들만 보였던 게 아니라 모두를 어둡게만 보려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드라마를 통해 내가 현재 어떤 마음 상태인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두렵지만 여전히 불안하지만 세상을 밝게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아가 보려 한다.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세상을 어둡게만 보고 내 마음을 지옥에 살게 한 지금보단 내일 더 나아지고 모레 더 나아지고 한 달 뒤엔 희망의 빛을 발견하며 살아갈 수 있겠지.

나를 더 이상 가두지 말자. 더 이상 모든 사람의 어두운 면만 보려 하지 말자. 더 이상 내 어둠을 키우지 말자. 그런 마음으로 한 걸음 내디뎌 보려 한다. 이 마음이 꺼지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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