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똑같더라.

   내가 순진했던 걸까, 아니면 기대심이 너무 컸던 걸까.

'봉사 활동'하는 사람들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그냥 모든 면에서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았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한 사회의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봉사 활동 모임'에 들어가서 활동해 본 결과 모두가 똑같다는 걸 알게 됐다.

험담하는 것도 똑같고, 편 가르기 하는 것도 똑같고, 사람 무시하는 것도 똑같고. 봉사가 목적이 아닌 친목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대화하다 보면 알고 싶지 않은 불편한 그 사람의 목적까지 알게 된다는 것까지 똑같았다.

   어제 오랜만에 글을 썼고, 인프제에 대해 지나치게 외계인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욱하는 마음이 쌓인 탓에 감정을 내던지듯 글을 남겼었는데, 같이 봉사 활동하는 사람 중 내 유튜브 영상도 꾸준히 시청해 주는 분이 브런치 글도 종종 읽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나를 응원하듯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신다는 걸 알게 돼서 어제 글은 삭제했지만, 어제 글의 내용에 대한 반성보단 오로지 감정적으로 쓴 것이 작가로서 부끄러워 삭제했다.

그래서, 오늘 내용에 어제 쓴 글의 내용과 흡사한 부분이 있겠지만 어제와 달리 감정을 기름 짜내듯 짜내고 온전히 제 3자의 관점에서 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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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인프제에 영혼수가 2 수라서 극에 극으로 예민한 사람이다. 영혼수 2수는 온 감각이 예민해서 영적 능력이 뛰어난 여사제의 영혼을 가진 탓에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거나 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렇다고 이런 능력이 마냥 좋은 것도 아닌 것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마저 알아야 할 때가 많아서 오히려 더 고달프고 서글픈 인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이기도 한데 나는 하필 MBTI가 INFJ라 극에 극의 예민러로 태어난 셈이다. 인프제들도 감각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2배는 더 발달된 탓에 소음이나 환경 모든 부분에서 빠르게 케치 하는 능력이 있는데 나는 2 수로 태어나서 4배로 감각이 발달된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거기다 사주 보는 분들은 내 사주를 보고 무속인 팔자라고 하고, 손금을 봐도 이런 길을 가야만 할 운명이라고 하니  결국 4배가 아닌 6배로 나는 일반적일 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영혼수 + MBTI + 사주 + 손금 =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운명)

   원해서가 아닌, 그저 그리 태어나서 모른 채 하기가 쉽지 않고,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되는 탓에 사람들과 평범하게 놀다가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게 남들에 비해 더 어렵다.

같은 유형이라도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르듯, 영혼수나 사주도 마찬가지로 환경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내 뿌리 (조상님) 역시 천도교를 창설하시고 모든 종교인들과 더불어 나라를 구하는 일에 힘쓰셨던 분이 계시기에 태양 사주에 바다가 깔린 나 역시 남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으니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그들의 속내가 훤히 보여도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을 멈출 수 없기에 몇 번이나 단체 활동으로 인해 마녀사냥을 당하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식으로 나를 이용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봉사 활동하는 사람들은 다를 거란 기대를 안고 용기 내서 가입한 후 무리한 스케줄을 감내하고 열심히 참여했던 거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그들이라고 다를 게 없다는 사실에 실망도 컸고, 운명의 장난처럼 또 뒤에서 내 이야기하는 것까지 듣게 됐기에 관계를 끊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탈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실망감도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역시 사람은 다 똑같은데 강박적으로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고 발악하며 사는 나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런 생각도 들어서 선뜻 나가지 못한 것도 있다.

인프제들은 앞서 올렸던 글에서도 말했듯 착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도덕적으로 살면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라는 성향을 가졌을 뿐이다. 분노가 늘 깔려 있어서 조금만 선을 넘어도 상대방을 없는 사람 취급해 버리기도 하니까 결코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강박적으로 도덕을 지켜야 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는데 봉사 활동을 하면서 그런 나를 좀 풀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내심 가졌던 것이 탈퇴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한몫 더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영혼수로 보는 타고난 성향, 사주로 보는 타고난 기질, MBTI로 보는 타고난 성격, 손금으로 보는 타고난 운명, 무엇이든 간에 어차피 인간은 인간의 무리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과 그들과 어울려 지내지 못하면 결국 더 많을 걸 잃게 될 뿐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내 성향과 기질과 성격이 타고나길 초 예민러라 한들 결국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고 서로가 좀 다를 뿐, 나 역시 머릿속으로는 나쁜 생각을 수없이 하고 사는데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과 드러내지 않는 사람 중에 더 나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온전히 제 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도찐개찐 같다는 거다.

그리고 극도로 예민한 것이 불행일 수 있으나 그 덕에 금방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서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으니 타고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좋게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나로 태어난 것이 무한히 감사한 지경에 이르기도 하겠지. 이런 부분까지도 제 3자의 관점에선 보였다.

   뿐만 아니라, 무리 속에 끼어들지 못해서 평생을 끙끙 앓고 그들을 원망하며 살아간다면 신이 와도 구원해 줄 수 없겠구나 그런 마음도 들었고, 결국 내가 나를 구원하지 않으면 인간으로 태어나서도 인간과 어울리지 못할 것이고,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 역시 결코 변하지 않을 테니 조그마난 상처를 받아도 도망가는 선택을 한다면 세상이 아닌 내가 나를 가두는 삶을 살게 될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또, 상처에 딱지가 생겨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묵묵히 시간 속에서 이겨내 보는 선택을 할 것인가, 상처 날 때마다 도망가는 선택을 할 것인가에 따라 예민함을 능력으로 쓰거나 불운으로 쓰는 결과로 나뉘겠지.

분명 능력으로 쓰라고 주신 걸 테니, 이왕이면 능력으로 잘 쓰다 가야 이 삶이 덜 억울하지 않을까 해서. 결국 사람은 어디에 속해 있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든 다 똑같고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이해하며 살아봤으면 한다.

나도,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태어나 비슷한 삶을 살아가며 어딘가에서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누군가들'까지 응원한다. 우리가 다르다 한들 똑같이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틀리지 않으니.

속해 보자, 이겨내 보자, 살아보자, 어디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