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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 Dec 20. 2024

12월 15일의 필사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을 읽고

"이런 때일수록 데이트를 하면 어떨까.

아무런 낙 없이 살 수는 없어.

우리로는 충분하지 않잖아."


내게 반해버린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

남의 힘을 빌려서 겨우 자신을 사랑하는 일.

그런 구원이 좋은 연애에서는 일어난다.


_

어린이들은 수없이 다치며 젊은이를 향해 간다.

같은 방식으로 다쳐도 언젠가는 울지 않을 것이다.


관장님의 목소리는 언제나 쩌렁쩌렁하다. 단단히 화난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묘하게 칭찬이다.

"예진이! 너 동생을 왜 이렇게 잘 챙겨!"

아이를 배웅하면서도 엄한 목소리로 격려한다.

"성권이! 내일도 오늘처럼만 하면 돼!"

꼭 혼내는 표정으로 그러나 다정하게 수십 명의 어린이를 챙기는 관장님을 구경한다.


젊은이는 어린이들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튼튼해진다.


_

고작 오 분간의 사바아사나지만 나는 매번 멀리 다녀온다.

과거로도 가고 미래로도 간다. 가보지 않은 대륙으로도 가고 아직 쓰지 않은 글도 상상한다.

그러다 울음이 날 때도 있다.

생이 끝난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그렇게 된다. 지금 누워 있는 자세처럼 언젠가 송장이 나를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유한하고 허망한, 사랑하는 이들의 몸을 생각한다.

사바아사나 속에서 죽음에 대한 상상력에 속절없이 끌려가고 사로잡힌다.

그러다 요가 선생님이 작게 징을 치는 소리가 들리면 다시 생의 시간으로 돌아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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