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끝내주는 인생〉을 읽고
"이런 때일수록 데이트를 하면 어떨까.
아무런 낙 없이 살 수는 없어.
우리로는 충분하지 않잖아."
내게 반해버린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
남의 힘을 빌려서 겨우 자신을 사랑하는 일.
그런 구원이 좋은 연애에서는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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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수없이 다치며 젊은이를 향해 간다.
같은 방식으로 다쳐도 언젠가는 울지 않을 것이다.
관장님의 목소리는 언제나 쩌렁쩌렁하다. 단단히 화난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묘하게 칭찬이다.
"예진이! 너 동생을 왜 이렇게 잘 챙겨!"
아이를 배웅하면서도 엄한 목소리로 격려한다.
"성권이! 내일도 오늘처럼만 하면 돼!"
꼭 혼내는 표정으로 그러나 다정하게 수십 명의 어린이를 챙기는 관장님을 구경한다.
젊은이는 어린이들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튼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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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오 분간의 사바아사나지만 나는 매번 멀리 다녀온다.
과거로도 가고 미래로도 간다. 가보지 않은 대륙으로도 가고 아직 쓰지 않은 글도 상상한다.
그러다 울음이 날 때도 있다.
생이 끝난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그렇게 된다. 지금 누워 있는 자세처럼 언젠가 송장이 될 나를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유한하고 허망한, 사랑하는 이들의 몸을 생각한다.
사바아사나 속에서 죽음에 대한 상상력에 속절없이 끌려가고 사로잡힌다.
그러다 요가 선생님이 작게 징을 치는 소리가 들리면 다시 생의 시간으로 돌아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