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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영 Sep 08. 2024

발레리나와 미용사



첫째 딸은 4살 때부터 발레를 좋아했고, 발레를 하고 싶어했고,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했다.

4살때부터 6살인 현재까지 이어지는 바람이니, 6년 인생의 3/1을 차지하는 꽤 오랜 숙원이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꿈이 있다는 것과 되고 싶은 어떤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나를 기쁘게 했다.

하지만 무용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초등학생 중학생 전공반 학생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아이가 발레를 전공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부모가 해야할 일들을 알게 되면서 점차 발을 빼고 있는 내 모습도 보였다.


나는 아이의 눈빛, 관심사, 열정, 바램을 보지 않고,

나의 짧은 다리, 나의 작은 키, 나의 경제력을 살피며 이미 승부가 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겨우 6살인 아이에게 '넌 안될거야. 안되는 것이 우리 집 형편에 맞는 것 같기도해. 그래서 적당한 학원에 투자할게.' 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모든 직업에는 그 안에서 나름의 급이 있을 터인데, 말로는 어떤 직업이든 상관없다고 하지만 나는 결국 하나의 직업군에서 제일 가길 바라는 마음이 강했던 것이다.

일류 발레리나가 아닐지라도 삶을 직접 꾸리고 앞길 건사할 있다면 어떤 발레리나든 상관없는 것인데 말이다.

나는 나의 학력 컴플렉스를 아이를 통해 치유 받고자 하고, '대학 갈 때까지만 그 이후에는 뭐가 되도 상관없으니 대학만은 잘 가서 엄마 주눅들지 않게 해줘' 라는 바램을 나름대로 티나지 않게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늘 선행학습은 반대, 아이의 속도에 따라 움직이려는 나. 

때로는 누군가에게 대단하다며 아이들 신경 잘 써준다고 칭찬받는 나이기도 한데,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될성 부른 나무에만 물을 주자는 가성비 육아를 내 아이들에게 하고 있었다.



또 반대로 둘째 아이는 3살 때부터 내 머리를 잡아 당기며 빗어주고, 묶어주려 했고, 몰래 내 머리를 자르기도 했었는데, 그래 일찌감치 적성 찾아서 공부에 힘 빼지 말고 일 시작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둘째는 미용사 하면 좋겠다.'고 내 마음을 내비취기도 했다. 둘째는 외적으로 나를 닮은 부분이 있어서 이 아이도 나처럼 공부가 적성에 안맞는 것이 아닐까 지레짐작하며 나처럼 학업으로 스트레스 받지 말게 하자는 마음이 드러난 것이다. 첫째아이를 보며 들었던 생각과 같이, '넌 될성 부른 나무가 아니니 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적당한 일 찾아 시작해봐. 그게 더 편할거야.' 라고 아이를 재단한 것이다.


글을 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내가 몰랐던 나의 진심을 마주하게 되니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전심으로 지원해주는 엄마가 아니었구나, 모양새만 그럴 듯 했구나 싶다.


나의 컴플렉스는 내가 극복하고, 아이들의 길을 아이들이 정해서 가고 또 그 안에서 컴플렉스가 생긴다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 

아이들이 생에 무거운 마음의 짐은 지지 않도록 엄마로서 성실하게 살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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