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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영 Sep 07. 2024

전투기 소리가 들리는 우리 동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종종 전투기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다보면 멀리서 날아오는 전투기의 굉음을 들을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빠른 아이들은 4살만 되어도 아이들이 비행기와 전투기의 차이점을 알고 있다.


대낮에 아이들과 전투기가 저공하는 모습을 놀이터에서 보면서

'아 시끄럽다.'

'무슨 말인지 안들려.'

'와 빠르다.'

'오 이번에는 3대가 동시에 지나가네.'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늘 하늘의 비행기에 관심이 참 많다.

어느 한 명이 "비행기다!" 하며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 하면 일제히 모든 아이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어디? 어디?", "나는 못 찾았어"하며 울기도 하고, "엄마, 나 지나가는 거 봤어." 하며 안도하기도 한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해서 그런건지, 날아다니는 자동차 정도로 생각해서 그런건지 아이들은 늘 비행기에 관심을 보인다. 참 귀여운 광경이다.


오늘도 낮에 길을 걷는데 전투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따라 유독 더 낮게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문득 전투기가 우리집 근처 어딘가에 있다고 안타까워할 것 만이 아니라 국방력 강화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 들었다. 벌써 귀가 둔해진 것일까.


물론 내가 모든 유해시설에 괜찮은 입장이 아니고,

내가 사는 곳에 교도소, 구치소, 소각장, 매립장, 화장장 등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이 안된다.

또한 군공항 사고 발생 시 우리집에 피해가 고스란히 올 것을 생각하면 무섭지만,

이미 집 근처에 군공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는 이상 마냥 탓하기 보다는

국가 안보 유지에 우리 지역 주민들의 인내가 담겼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전투기 굉음이 들렸을 때 인상 찌푸리고 귀를 막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방이 무엇인지, 안전보장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추가로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개인의 이해를 먼저 따지기 보다는, 더 나은 대한민국은 어떤 곳일까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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