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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Jul 08. 2024

[독후감] 공로, 숨기고 싶은 자, 드러내고 싶은 자

소설 레미제라블(장발장)을 읽고

내 생애 첫 장편소설은 장발장(원제: 레미제라블)이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읽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지금 생각하면 원문 전체내용이 아닌 요약본이었다. 하지만 꽤 길었고 재밌게 읽었었다. 그래서인지 장발장, 미리엘주교, 자베르 형사 등 등장인물의 이름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난다. 하지만 어릴 적 읽은 기억만 있지 그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고 느낌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죄를  뉘우친 장발장은 좋은 일을 많이 하는데 자베르형사가 힘들게 했다는  내용만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다. 분명 책을 다 읽은 후 어떤 느낀 점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으므로 다시 한번 읽으며 어릴 적 감동의 흔적을 찾아보고자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에 쓴 장편소설이고 주인공이 장발장이다.  장발장은 빵을 훔쳐 감옥에 들어갔고 거듭되는 탈옥으로 형기가 늘어나 19년 동안 감방생활을 했다. 출옥 후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사회로부터 외면과 박대를 받던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환대와, 은접시를 훔친 행동에  대한 용서 그리고  은촛대를 내어주는 관용에 감동받아 변화의 삶을 산다. 마들렌이란 이름으로 사업에 성공하고 한 도시의 시장까지 되었다. 그런 자기의 부와 권력으로 많은 사람을 도왔고 특히 가난으로 인해 고통받던 판틴이라는 여인과 그 딸 코제트에게 애정을 쏟았다. 그런데 이런 장발장을 계속 쫓아다니며 장발장에게 죄를 찾아 감옥에 넣으려고 하는 자베르라는 경찰이 있었다.  결국 자베르에 의해 감옥에 가게 된 장발장은  탈옥을 했고 다시  잡히지 않기 위해 코제트와 함께 수녀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포쉴방이라는 가짜 이름으로  정원사로 일했고 코제트는 수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았다. 수녀원에서 장발장은 행복했지만 코제트의 행복을 위해 몇 년 후 수녀원을  나왔다.  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프랑스혁명으로 무너졌던 부르봉왕조가 다시 세워지고 이에 반발하는 혁명군을 중심으로 한 시위(1832년 6월 봉기라고 함)가 있었다. 그 시위대에  코제트의 연인인 마리우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 간 장발장은 첩보활동을 하다 시위대에 붙잡힌 자베르를 살려준다. 또 시위대의 선봉에 서 있다  진압군의 총에 맞은 마리우스를 살려낸다. 장발장 때문에 목숨을 건진 자베르는 자기가 열심히 구현하려고 했던 정의가 장발장의 관용에 압도되어 버린 현실에  머리가 혼미해지며 물속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한다.  마리우스는 코제트와 결혼하게 되고,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로부터 받은 은촛대를 코제트에게 물려주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릴 적 이 책을 읽었을 때는 힘들게 살았던 사람들이 행복하게 되는 해피엔딩의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책 제목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가엾고 불쌍한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져 슬픔이 밀려왔다. 돈이 권력이 되고 불평등과 불공정이 만연한 사회에서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기댈 곳이 없었던 소설의 배경이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과 비슷한 것 같다. 장발장은 이런 사회를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려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줬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이 장발장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정의의 실천이었다. 그런데 선행을 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발장이라는 이름으로 살지 않고 마들렌이나 포쉴방이라는 가짜 이름으로 살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장발장 본인이 사랑과 관용에 빚진 자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의 선행이나 공로가 자기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에 경찰 자베르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죄를 벌하는 정의를 실천했지만 자기의 공로가 드러나길 원했다. 그런 이유로 상대에 대한 인격 존중이나 배려는 존재하지 않았다. 같은 정의의 실천이었지만 장발장과 자베르의 실천방법과 결과는 달랐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이 있다. 선행을 하면서 자기가 드러날 때  자칫 위선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말씀인 것 같다.

 자기를 변화로 이끈 상징물인 은촛대를 코제트에게 물려주며 죽음을 맞이하는 장발장의 마지막 모습에서  썩어져 가는 밀알과 같이 남을 위해 희생한 그의 생애가 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귀하게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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