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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Jun 20. 2024

[독후감] 잘 살고 싶지만, 잘 사는 게 부럽진 않아

'개인 주의자 선언'을 읽고

문유석 현직 부장판사가 쓴 '개인주의자 선언'은 한국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객관적 지표로 볼 때 세계에서 열몇 나라 안에 들 정도로 살기 좋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작가의 고민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고민의 실마리를 우리 사회 집단주의 문화와, 사회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획일화되어 있고 한 줄로 서열화되어 있는 수직적 가치관에서 찾고 있다.

상명하복, 집단 우선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의사, 감정, 취향은 너무나 쉽게 무시되곤 했다. '개인주의'라는 말은 집단의 화합과 전진을 저해하는 배신자의 가슴에 다는 주홍글씨였다.

본문에 나오는 글이다. 나는 '개인주의'를 개인의 이익을 국가나 사회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개인의 의사, 감정, 취향이 존중되고 인정받는다는 의미의 개인주의를 말하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개인주의에 공감이 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일상에서 접했던 것 같다.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경험 두 개가 생각난다.

 첫 번째 경험이다. 어린 시절 나는 두 개의 학교를 다녔다.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국민학교와 교회 주일학교였다. 둘 다 같은 학교임에도 내가 느끼는 만족도는 차이가 많았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인지 선생님들의 관심이나, 격려, 인정을 받지 못했고, 개근상 외에는 상을 받은 기억이 없다. 공부나 예체능 부문에서  상을 받지 못하는 슬픈 마음을 개근상이 가장 가치 있는 상이라는 사람들의 말에 억지 위로받으며 열등감과 무너지려는 자존감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데 주일학교는 아니었다. 여름성경학교 때나 성탄절 행사 때 상을 많이 받았다. 상을 받는 것도 좋았지만 내 노래나, 그림, 글이 인정받는 느낌도 좋았다. 당연히 행복체감도도 올라갔고 학교보다는 교회에 더 가고 싶었다. 학교는 학생수가 많고 조직이 커서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해 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집단주의 성향과,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서열화가 강했던 반면, 주일학교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이나 감정을 보듬어주고 인정해 주는 개인주의 성향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경험이다. 중학교 때 미술 교생선생님이 혼자 들어와 수업을 했다. 상상화 그리기를 했는데 내 그림을 보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 기분이 좋았고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일주일 만에 깨져버렸다. 다음 주 미술시간에 교생선생님은 가고 원래 미술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똑같은 그림인데 혹평을 했기 때문이다. 교생선생님은 나의 창의성을 높게 평가해 준 반면, 미술선생님은 색채, 구도, 원근감 등 일반적이고 교과서적인 내용만으로 내 그림을 평가한 것이다. 하나의 잣대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집단주의와 서열화 평가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평가방식은 크고 작은 상처를 마음에 남긴다.


서열화 사회가 가지고 온 또 하나의 문화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비교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또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에 집착하는 문화, 집단 내에서의 평가에 개인의 자존감이 좌우되는 문화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남 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을 접할 때마다 ‘그냥 남을 안 부러워하면 안 되나. 남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안 되는 건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이 질문과 비슷한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해본다. ‘사람마다 재능과 능력의 차이가 있는데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 보려 하고 따라가려다 보니 정작 내가 가진 가치와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결국은 집단주의와 서열화의 굴레에 갇혀버려 타인과 비교당하고 비교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지금까지 나의 삶은 이런 물음에 '아니요'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자신 있게 ‘아니요’로 답하고 싶다. 그리고 내 행복을 스스로 막아서는 일이 없도록 나와 타인의 취향과 의사, 감정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자 선언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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