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모니터 앞에서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의 고질병인 거북목+라운드 숄더 교정과 건강 관리를 위해 습관적으로 헬스장에 다니면서 운동을 한 지 수 년째.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운태기(운동+권태기)가 찾아왔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기는 하는데 영 재미가 없었다고할까?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니까 헬스장에 가는 거지, 운동이 하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운동을 며칠만 쉬어도 컨디션이 확 달라지고 컨디션 저하는 작업 능률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턱대고 운동을 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습관처럼 헬스장에 가서 필요한 운동을 다 끝내고 오기는 했지만 가끔은 먹고 싶지도 않은 음식을 생존을 위해 억지로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왜 운태기가 온 걸까?
나는 소위 말하는 '무게 치는 운동(증량)'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일까?
한때 "3대 500을 못 치는데 언더**를 입으면 헬스장에서 단속반이 잡아간다"라는 농담이 유행했고, 무슨 운동을 하냐는 질문에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한다고 답하면 곧바로 "와, 그럼 너는 3대 몇 쳐?"라는 질문이 돌아올 정도로 웨이트 = 증량에 중점을 두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만 봐도 매일같이 헬스장에 출석하며 엄청난 무게로 웨이트를 즐기는 멋진 분들이 많은데 나는 나름대로 꾸준히! 오래! 헬스장에 다니고도 증량에 재미를 붙일 수 없는 게 애석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나 잘 맞는 운동이 있는 거고 나에게 웨이트는 그런 운동이 아닐 뿐인 거니까 사소한 일로 괜히 의기소침해질 필요는 없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운동이 있는데 내 인생 운동이 될 종목 하나 없겠어?
거두절미하고, 운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건강을 위해 해야 하니까 하는 운동 말고, 빨리 운동을 하러 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고 하루 종일 생각나는 그런 운동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어릴 적의 나는 마당의 커다란 목련 나무와 놀이터의 철봉이나 정글짐을 타고 올라가고 하늘다리에 매달려서 노는 걸 아주 좋아했다는 게 떠올랐다.
유레카!
무언가를 잡고 매달리고 올라가는 운동의 대명사는 클라이밍* 아니던가? 나는 한 번도 클라이밍을 해 본 적이 없지만 미디어에서 클라이밍을 하는 장면이 나오면 멋지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 올해는 클라이밍을 배워봐야지!
*클라이밍은 하네스와 로프를 사용하며 2인 1조로 등반하는 리드 클라이밍, 별도의 장비 없이 맨몸으로 등반하는 볼더링, 등반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 클라이밍으로 나뉘는데 내가 배우기 시작한 건 볼더링이다.리드 클라이밍도 배워보고 싶었지만 언제든 내가 원할 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볼더링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