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을 배우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나는 그룹 강습이 아니라 개인 강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룹 강습에 비해 몇 배나 비싼 개인 강습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제까지 수영, 발레, 필라테스, 헬스장 PT 등을 통해 내 운동 신경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놀이터에서 정글짐이나 철봉을 타고 놀 때는 정말로 한 마리의 야생 원숭이가 따로 없었는데! 뜀틀도 잘 넘고 롤러스케이트와 자전거도 잘 타고 앞구르기랑 뒷구르기, 물구나무서기도 식은 죽 먹기였는데! 어른이 된 후로는 운동 신경이 제로에 가까워지다니 이상한 일이다.
어쨌든, 같은 동작을 배워도 한두 번만에 훌륭하게 동작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10번을 배워도 여전히 어딘가 어설픈 사람이 있는데 후자가 바로 나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강사님이 수강생 여럿을 돌아가면서 봐주는 그룹 강습보다는 한 명만 집중적으로 봐주는 개인 강습이 훨씬 효과적이다. 내 경험에 미루어 보면, 프로페셔널한 강사님들에게는 고장 난 로봇처럼 삐그덕거리는 학생도 어디 가서 운동 좀 배웠다는 티를 낼 수 있는 세미 운동인으로 만들어 주는 능력이 있다!
클라이밍 강습을 받으려면 작업하기(7-8시간), 강아지 산책시키기(30분-1시간), 고양이와 사냥놀이하기(30-40분), 헬스장 가기(1시간), 때때로 공연 보러 가기(최소 3시간) 등으로 이루어진 빡빡한 스케줄에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일정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하므로 이동 시간이라도 아끼기 위해 처음 체험 강습을 받으러 갔던 집 근처 클라이밍장에서 개인 강습을 받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룹 강습만 하는 곳이었다.
바쁜 작업 시간을 쪼개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을 해봐도 클라이밍 개인 강습 후기는 찾기가 어려워서 "도대체 어딜 가야 개인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거야? 클라이밍은 그룹 강습으로만 배울 수 있는 거야?" 하면서 좌절하던 차에 한 클라이밍장(이하 'A 클라이밍장')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가격표에 '개인 강습'이라고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 네이버 지도로 길 찾기를 해보니 우리 집에서 택시로는 45-50분, 지하철로는 35분 정도 걸리는 곳이라 바로 개인 강습을 등록하기는 망설여져서 일단 체험 강습부터 신청했다.
2.
체험 강습을 받으러 A 클라이밍장에 직접 가보니 시설이 깔끔하고 좋은 데다 천장이 높고 커다란 창문을 통해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실내가 마음에 들었다. 지구력벽과 풀업을 연습할 수 있는 철봉이 있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체험 강습이 끝나고 바로 개인 강습을 신청했다.
얼마 후 진행된 첫 수업 때는 강사님과 마주 앉아 내가 강습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예: 근력 증진, 다이어트 등)와 기존의 운동 경험, 원하는 운동 강도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내가 강사님에게 얘기한 목표는클라이밍의 기본기를 몸에 완전히 익히고 어느 클라이밍장에 가든 중급-고급 수준의 문제 정도는 혼자 무난히 풀면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1. 올해 안에 정자세로 푸시업 30개 하기(지금도 푸시업은 할 수 있는데 팔을 완전히 굽히지는 못한다)
2. 맨몸으로 풀업 성공하기
라는 두 가지 목표도 이루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상담 후 클라이밍의 기본이 되는 삼지점 자세와 인사이드 스텝, 좌/우측 이동 방법을 배웠는데 내 자세의 잘못된 점을 계속 고쳐주시는 게 아주 유익했다. 삼지점 자세는 그래도 체험 강습 때 두 번이나 배워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나는 내가 삼지점 자세를 취할 때 계속 팔을 구부리고 어깨가 말린다는 걸 전혀 몰랐다! 내 고질병인 라운드 숄더가 이렇게 날 방해할 줄이야... 매의 눈으로 자세를 봐주시는 강사님에게 기립근에 더 신경을 쓰고 엉덩이가 아래로 처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후에여러 번 자세를 고쳐 잡고 나니 강습이 끝날 무렵에는 처음보다 더 정확하게 삼지점 자세를 잡을 수 있게 돼서 뿌듯했다.
기본기를 몸에 완전히 익히겠다는 목표에 이미 한 발 더 가까워진 느낌!
이제까지 받았던 수많은 개인 강습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알차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강습을 받으면서 배울 내용들이 벌써 기대된다!
나처럼 클라이밍을 막 시작한 초보 클라이머를 위해 왕초보의 클라이밍 노트를 통해 내가 배운 내용을 틈틈이 공유하고자 한다.
왕초보의 클라이밍 노트 #1 삼지점 자세·인사이드 스텝·좌/우측 이동
(1) 삼지점 자세
- 손과 발의 위치가 삼각형 형태를 이루도록 해서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유지하는 자세
- 삼지점의 각도가 90도를 넘으면 안 된다
- 기립근에 신경을 쓰고 어깨가 올라가거나 엉덩이가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 팔을 쭉 펴야 한다
(2)인사이드 스텝
- 암벽을 정면으로 바라본 상태에서 무릎을 벌리고 엄지발가락 안쪽으로 홀드를 밟는 기본 기술
- 발 뒤꿈치가 벽에 붙으면 안 된다
- 골반이 전방을 향한다
(3) 좌/우측 이동
- 이동 방향의 반대쪽 발을 밀어서 일어나기 → 이동 방향의 손 이동(예: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오른손) → 이동 방향의 발에 체중을 실어서 안정적으로 중심 유지 → 이동 방향의 반대쪽 발 이동 → 이동 방향의 발 이동 →남은 손 이동
- 항상 손 → 발 → 발 순서로 이동(일명 '손-발-발')
- 손은 합손*도 가능하다
- 다음 홀드를 잡기 위해 굳이 다리를 펴지 않아도 될 때는 팔만 뻗는다(에너지 절약)
- 이동할 때 팔을 꼭 굽혀야 이동할 수 있는 경우 외에는 항상 팔을 편다(팔을 굽히면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