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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클라이머 Feb 24. 2024

2.5. 조금 비싸고 아주 유익한 개인 강습

삼지점 자세·인사이드 스텝·좌/우측 이동

1.

클라이밍을 배우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나는 그룹 강습이 아니라 개인 강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룹 강습에 비해 몇 배나 비싼 개인 강습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제까지 수영, 발레, 필라테스, 헬스장 PT 등을 통해 내 운동 신경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놀이터에서 정글짐이나 철봉을 타고 놀 때는 정말로 한 마리의 야생 원숭이가 따로 없었는데! 뜀틀도 잘 넘고 롤러스케이트와 자전거도 잘 타고 앞구르기랑 뒷구르기, 물구나무서기도 식은 죽 먹기였는데! 어른이 된 후로는 운동 신경이 제로에 가까워지다니 이상한 일이다.


어쨌든, 같은 동작을 배워도 한두 번만에 훌륭하게 동작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10번을 배워도 여전히 어딘가 어설픈 사람이 있는데 후자가 바로 나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강사님이 수강생 여럿을 돌아가면서 봐주는 그룹 강습보다는 한 명만 집중적으로 봐주는 개인 강습이 훨씬 효과적이다.  경험에 미루어 보면, 프로페셔널한 강사님들에게는 고장 난 로봇처럼 삐그덕거리 학생도 어디 가서 운동 좀 배웠다는 티를 낼 수 있는 세미 운동인으로 만들어 주는 능력이 있다!


클라이밍 강습을 받으려면 작업하기(7-8시간), 강아지 산책시키기(30분-1시간), 고양이와 사냥놀이하기(30-40분), 헬스장 가기(1시간), 때때로 공연 보러 가기(최소 3시간) 등으로 이루어진 빡빡한 스케줄에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일정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하므로 이동 시간이라도 아끼기 위해 처음 체험 강습을 받으러 갔던 근처 클라이밍장에서 개인 강습을 받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룹 강습만 하는 곳이었다.


바쁜 작업 시간을 쪼개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을 해봐도 클라이밍 개인 강습 후기는 찾기가 어려워서 "도대체 어딜 가야 개인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거야? 클라이밍은 그룹 강습으로만 배울 수 있는 거야?" 하면서 좌절하던 차에 한 클라이밍장(이하 'A 클라이밍장')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가격표에 '개인 강습'이라고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 네이버 지도로 길 찾기를 해보니 우리 집에서 택시로는 45-50분, 지하철로는 35분 정도 걸리는 곳이라 바로 개인 강습을 등록하기는 망설여져서 일단 체험 강습부터 신청했다.


2.

체험 강습을 받으러 A 클라이밍장에 직접 가보니 시설이 깔끔하고 좋은 데다 천장이 높고 커다란 창문을 통해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실내가 마음에 들었다. 지구력벽과 풀업을 연습할 수 있는 철봉이 있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체험 강습이 끝나고 바로 개인 강습을 신청했다.


얼마 후 진행된 첫 수업 때는 강사님과 마주 앉아 내가 강습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예: 근력 증진, 다이어트 등)와 기존의 운동 경험, 원하는 운동 강도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내가 강사님에게 얘기한 목표는 클라이밍의 기본기를 몸에 완전히 익히고 어느 클라이밍장에 가든 중급-고급 수준의 문제 정도는 혼자 무난히 풀면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1. 올해 안에 정자세로 푸시업 30개 하기(지금도 푸시업은 할 수 있는데 팔을 완전히 굽히지는 못한다)

2. 맨몸으로 풀업 성공하기


라는 두 가지 목표도 이루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상담 후 클라이밍의 기본이 되는 삼지점 자세와 인사이드 스텝, 좌/우측 이동 방법을 배웠는데 자세의 잘못된 계속 고쳐주시는 게 아주 유익했다. 삼지점 자세는 그래도 체험 강습 때 두 번이나 배워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나는 내가 삼지점 자세를 취할 때 계속 팔을 구부리고 어깨가 말린다는 걸 전혀 몰랐다! 내 고질병인 라운드 숄더가 이렇게 날 방해할 줄이야... 매의 눈으로 자세를 봐주시는 강사님에게 기립근에 신경을 쓰고 엉덩이가 아래로 처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후에 여러 자세를 고쳐 잡고 나니 강습이 끝날 무렵에는 처음보다 정확하게 삼지점 자세를 잡을 있게 돼서 뿌듯했다.


기본기를 몸에 완전히 익히겠다는 목표에 이미 한 발 더 가까워진 느낌!


이제까지 받았던 수많은 개인 강습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알차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강습을 받으면서 배울 내용들이 벌써 기대된다!


나처럼 클라이밍을 막 시작한 초보 클라이머를 위해 왕초보의 클라이밍 노트를 통해 내가 배운 내용을 틈틈이 공유하고자 한다.


왕초보의 클라이밍 노트 #1 삼지점 자세·인사이드 스텝·좌/우측 이동


(1) 삼지점 자세

- 손과 발의 위치가 삼각형 형태를 이루도록 해서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유지하는 자세

- 삼지점의 각도가 90도를 넘으면 안 된다

- 기립근에 신경을 쓰고 어깨가 올라가거나 엉덩이가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 팔을 쭉 펴야 한다


(2) 인사이드 스텝

- 암벽을 정면으로 바라본 상태에서 무릎을 벌리고 엄지발가락 안쪽으로 홀드를 밟는 기본 기술

- 발 뒤꿈치가 벽에 붙으면 안 된다

- 골반이 전방을 향한다


(3) 좌/우측 이동

- 이동 방향의 반대쪽 발을 밀어서 일어나기 → 이동 방향의 손 이동(예: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오른손) → 이동 방향의 발에 체중을 실어서 안정적으로 중심 유지 → 이동 방향의 반대쪽 발 이동 → 이동 방향의 발 이동  남은 손 이동

- 항상 손 → 발 → 발 순서로 이동(일명 '손-발-발')

- 손은 합손*도 가능하다

- 다음 홀드를 잡기 위해 굳이 다리를 펴지 않아도 될 때는 팔만 뻗는다(에너지 절약)

- 이동할 때 팔을 꼭 굽혀야 이동할 수 있는 경우 외에는 항상 팔을 편다(팔을 굽히면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합손: 하나의 홀드에 두 손을 모으는 것


(4) 그 밖의 팁

- 굳은살이 많이 생기면 꼭 정리한다(정리를 안 하면 통째로 뜯어질 수 있다고 한다)

- 클라이밍 중에 어깨가 말리지 않게 신경 쓴다

- 이동할 때 발 위치에 주의한다(발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균형이 깨진다)

- 홀드를 끝까지 보면서 정확하게 밟는다

- 홀드를 여러 번 고쳐 잡지 않아야 굳은살이 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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