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함과 비범함의 공존인가.
펑범, 적당, 보통을 입버릇처럼 뱉어내지만,
우린 끝없이 평범하기 위해 보통 이상의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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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이 이토록 비범한 존재였던가 싶다.
물 1리터, 책 한 권을 손에 지닌 채 웅크려 앉아
밑으로 시선을 옮기고, 무릎을 감싸 안았다.
수많은 생각에서 벗어나고자 짚어 든 책이었지만,
다시금 생각 어디쯤에서 푹 빠져 물컵을 엎어서야 낮은 소리로 숨을 뱉어내며 정신 차리자라며 입 속 가득 중얼거리던 어느 새벽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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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버릇처럼 말하는 '적당히'의 그 좌표가 책의 페이지처럼 잡아낼 수 있는지,
몇 단락, 몇 쪽, 그 페이지의 5번째 문장의 5번째 단어 그 곳이다. 중얼거릴 수 있는지.
물에 젖은 책의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쫙 펴내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가만 생각해보니 평범, 적당, 보통의 잣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닌 네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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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삶은 모두 완벽해 보였다.
행여, 중간에 터벅거리다 발이 엉켜 넘어지는 어떤 일이 있다 한들 사람 살다 보면 실수도 하고 그래야지. 인간적이지 않은가. 라며
어여쁘게 포장해주는 여유까지 지니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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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이었을까.
아님 동경이었을까.
드라마, 영화를 보듯 그저 희망사항이었던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이 마냥 부러움의 대상인가.
당신이 해라면, 난 달 그쯤인가.
어둠은 내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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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연신 물음표를 내던지다가 물을 마시려 집어든 투명한 물잔 밑으로 보이는 배경에 빠져들고 말았다.
본인은 컵 안 가득 담긴 물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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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린 끝없이 보통 이상의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보통, 적당, 평범을 위함이 아닌 본인을 위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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