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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의 서사

by 아무개


비명이 머리카락 사이로 자란다

한 줌의 잠을 밟고

새벽이 울혈처럼 번질 때


내 안의 개가 목구멍을 찢는다

짖지 못하는 목소리들,

텅 빈 컵 속에서 질식하는 혀들


바닥 없는 밤은 발목을 삼킨다

나는 눈을 떴다

누군가 내 눈꺼풀을 뜯어내며 웃었다


거리마다 굳어버린 발자국,

그 틈에서 자라는 나의 피로


피로, 피로, 피로

죽지 못하는 피로들이

내 세포를 씹으며 번식한다


너를 버리고도 죽지 못한 피로여

눈꺼풀 뒤로

또 다른 눈꺼풀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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