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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Sep 13. 2024

페르소나



가면을 쓰다 못해, 그 가면이 피부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요즘 나의 생활이 그러하다. 그렇기에 더욱 나다운 모습을 찾고자 애를 쓰게 된다. 땀으로 등에 달라붙은 셔츠를 그대로 입은 채로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 상상해 보라. 지금의 나도 그러하며, 당장의 내일의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반복될수록 나는 벗겨지지 않는 가면을, 마치 나 자신의 피부를 긁어대는 사람처럼 마음에 흉터를 새겨갈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오히려 완벽에 가까워질 것이라 믿는다. "완벽해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매우 흔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구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태어나 구름이 완벽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모자란 구름을 본 적이 있었는가? 



당신이 지금껏 보아온 가장 완벽해 보였던 구름조차도 자세히 보면 흠집이 있고, 그 안에 빈 공간이 새겨져 있었을 것이다. 마치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닮은 그 빈틈들이 그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결국, 이 모든 것이 나의 모습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의 뜨거운 품속에서 비롯된 존재, 그리고 그때부터 나를 감싸왔던 것은 나만의 피였다. 그 피는 뜨겁고, 그 속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당신이 내게 들려줄 이야기는 내게 디저트처럼 달게 소화될 것이다. 그 이야기는 나의 빈 공간을 조금씩 채워줄 것이다. 치사량도 없고, 너무 많은 이야기도 없다. 선을 넘는 대화 주제나 농담도 없다. 나는 당신의 사회적 가면도, 추한 면도 받아들일 것이다. 아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당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자신이 있다.



사람들은 내게 자주 부탁을 한다. 흡연 구역에서는 항상 내게 와서 라이터를 빌려달라고 한다. 퇴근길에 만나는 취객은 나를 향해 부축을 요청하며, 라이터와 담배를 요구한다. 나는 그런 부탁들을 거절하지 않는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교회에서 반주를 하거나,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미소 짓는 일 역시 마다하지 않는다.



이 모든 일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나에게 돈 한 푼 들지 않는 일이다. 누가 나를 탓할 수 있을까? 가면도 가면이라면, 그것 또한 나의 일부다. 그러니 나는 언제든지 너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나의 빈 공간이 당신의 이야기로 조금씩 채워지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 더 완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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