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고마운 사람들
사람의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은 더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그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린 이후 올라오는 감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낮고 무거운 감정의 파도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을 때에 이를 알아차린 누구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올라오려는 노력을 할 테니까.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때 있는 그대로 느끼고 인지한뒤 전환하는 행동을 하는게 좋다. 잠시라도 감사일기를 써보면 도움이된다. 억지로 감사함을 만들라는게 아니라, 사소한 일이라도 작은 기쁨을 찾아내는 연습이라고 해두자. 반복하다 보면 이런 사소한 감사한 일들이 늘 나에게 머물고 있다는 인식에 도움이 되고, 이는 사실이 되어 계속 증폭된다. 계속해서 내 주변에 감사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일상에서 순간순간 기분이 꽤 괜찮았던 찰나의 순간들을 기억해 내고 써보기 시작했다.
나른하게 잠에서 깼을때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냥이들을 보았을 때 올라오는 이 안정감에 감사하고, 하루를 시작하고 해야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하고, 물을 마시며 내 몸이 건강함에 감사하고, 걸어서 출근하는 가까운 거리의 집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출근해서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진하고 맛있어서 감사하고,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감사하고,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고, 친구들과 먼 훗날의 만남을 약속하며 한참 톡으로 떠들다가 지금은 다 다른 현실에 살고있지만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동질감에 또 감사한 마음이 들고, 남자친구와 맛있는 걸 먹으면서 즐겁게 우하하 웃다가 또 감사함을 느끼고, 달리기를 열심히 했을 뿐인데 공들여 다이어트하던 때보다 효과가 빨리 보여서 기쁘고 감사하고, 주변에 운동하는 친구들을 보며 같이 운동하는 즐거움 또한 느낄 수 있어서 또 감사한 마음이 들고,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자기 위치에서 잘 지내고 있음에 문득 감사해지고, 예쁜 조카를 보며 언니의 삶에서 대리만족을 얻으며 묘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고, 그런 조카를 보면서 훗날 나의 미래에 대해 무궁무진한 그림을 그려보며 아직은 자유롭게 열려있는 미래에 또 감사하고, 자주 가는 카페에서 나누는 한두 마디 안부인사와 커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넘겨보는 책 한두 장에 영감을 받는 것에도 감사하다.
어느 날은 하늘만 보아도 감사하다.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너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올라오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나 자신이 좋다. 세상이 너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날은 그런 감사한 햇빛이 메스껍다. 하늘이 노오랗다. 심신이 지친 날이면 더욱 그렇다. 감사했던 모든 것들이 그대로 일 뿐인데 나의 눈빛과 기운에 따라 감사했던 일들이 그대로 나를 힘들게 하는 이유가 된다. 한껏 올라온 기운은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 부정적 감정은 늘 존재한다. 감사함을 느끼는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면 곧바로 그 모습이 드러난다. 그 감정은 원래부터 거기 있었다. 내가 왔다 갔다 하며 다니다가 멈춰서 찾아냈을 때 그리고 당황할 때 더욱 강력해진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 감정들 근처에 머물렀다. 대화를 시도했고, 이제 그만 사라져 주기를 바랐었다.
그건 그 감정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도 나다. 그냥 원래부터 같이 존재하는 거였다.
그건 그냥 자연스러운 거고 밀어낼 필요가 없는 거였다. 그냥 거기 있어도 된다. 내가 다 알고 있다.
너희들을 모두를 내가 다 품고 있으리라. 긍정적인 마음을 선두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너희들이 결코 세상에 나와서 현실과 대면하는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주겠다. 내 안에 어둠의 존재를 나에게서 더 이상 사라지라고 하지 않겠다. 그리고 나는 나를 힘들게 했던 똑같은 이유에서 감사함을 찾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겠다.
나는 내가 겪는 모든 문제들이 외부 상황과 타인으로부터 파생된다고 생각했었다. 피해자 같은 마음으로 살아왔었다. 미움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던가.
한 고비 지나와보니 내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되므로. 그냥 내 에너지를 바꾸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모든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 해결하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이러니 저러니 인과관계를 따지다 보니 다 짜증 나고 내 주변엔 도움이 되는 이가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이런 식으로는 끝이 없다. 답도 없다.
다른 것은 다 돌아가는 길이고, 가장 쉬운 방법은 나를 위한 시간을 비워놓는 것. 하루 30분도 좋고, 일주일에 3회도 좋다. 루틴을 만들자. 이 결심 하나면 변화할 수 있다. 매일 같은 시간이면 더 좋겠지만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그 비워놓은 시간에는 배출을 하자. "땀"과 "눈물"과 "물"과 "거울"을 가까이하며 그 시간을 자유롭게 써보자. 뭔가 뻔해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땀>과 <눈물>이라는 단어를 써보았는데, 사실 운동을 통한 땀이고, 묵은 감정은 배출하기 위한 눈물이다. (일기를 쓰거나 독서, 영화감상을 활용해도 좋다.) 거울은 운동이나 명상을 거치고 나서 스스로와 대화하듯 바라보면 도움이 된다. 물은 목욕이나 반신욕으로 활용하면 된다. 마시는 것도 당연히 좋다. 보통 상태일 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몸과 마음이 힘들 때는 물의 정화의 속성을 놓치고 가는 경우가 많기에 넣어보았다.
내가 정해놓은 시간 동안 이렇게 나에게 집중하다 보면 본래의 내가 가진 힘이 겉으로 드러나는 때가 온다.
나 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그런 순간에 자신감이 생긴다.
꼬아서 보거나 생각이 복잡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단순해지고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쉬워진다.
복잡하게 엉켜있던 문제를 그대로 던져두고 자신감을 장착해서 왔더니 분명 그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야 하는데 현실이 바뀌어 있었다. 분명히 존재하던 미워할 대상들이 사라졌다. 내 현실에 그런 미운 사람들이 사라졌다. 마지막 회가 다가오며 점점 순화되어가는 드라마 속 악역처럼.
이기적인 사람이 싫고, 모든 게 나를 화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일상 속에 작은 일들조차 순탄하지 않았던 그 현실들이 어쩌면 아주 작은 변화의 시간을 거치고 나오니 현실에서 사라져 있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같은 일을 두고 일차적으로 드는 생각들이 미움이나 분노가 아니라 좋은 면을 떠올리고 있으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이 기본만 잘 지키면 세상에 별 걱정되는 일이 없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내 주변에 이렇게 감사하고 기쁜 일들이 많이 있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었는데, 내가 그동안 이를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주변사람들의 좋은 기운을 잘 받고 또 도움도 받고 살아오고 있었구나,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었구나,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해주고 싶듯이 내가 이를 알아차리니 주변에서도 더 많은 사랑을 준다.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가는말이고와야 오는말이 곱다> 속담과 같은 이치 라고 본다. 이제서야 '받음'을 인지한 나는, 그들에게 더욱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다.
이 간단한 원리를 어째서 나는 외면하고 그냥 다 아니라고 단정하고 살아왔을까?
나는 매순간 감정을 느끼고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하는일에 탄력을 받는다. 지금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그 다음 나를 어디로 향하게 할지 나는 오늘도 설레고, 두근거리고, 기분이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