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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쌉쌀 Apr 06. 2024

그만 살자고 말했다

이제 같이 사는 거 그만하자고...

남편이 혼자서 시댁에 갔다.  내일 올지, 모레 올지...

종일 나쁜 생각들로 어지럽다가, 이제 같이는 그만 살자고 문자를 보냈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안 되겠다고. 차라리 남이 되어 모든 미련과 기대들을 버릴 수 있다면 더 편할까. 그는 끝내 아무런 답이 없다.

나의 남자가, 내 집의 가장이, 나의 사랑이  나를 배신하고 가정을 잊고 비도덕적인 짓을 하고 왔다는 사실이, 날이 지난다 해도 여전히 너무 충격적이다. 도저히 감당이 되질 않는다. 그냥 내 사람이 아니라고, 이제 나의 몫이 아니라고 포기하고 살면 혹시나 나는 더 편안하지 않을까.

그저 아이들과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산다고 굳게 믿는데……. 끝내 큰 실망을 안기고 상처를 준다면 그것 또한 많이 힘들겠지. 나는 결국 헤어지게 되는 걸까..

내일은 성당에 가서 하느님께 따져보련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시더니 나한테 대체 왜 이러시냐고. 왜 평생 아픈 일만 주시냐고……. 다른 큰 뜻이 있으셔서? 그냥 큰 뜻 안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사랑받지 못해도 좋으니 상처받지 않고 싶다.

요즘은 하느님도 원망스럽고 사람도 원망스럽고 숨 쉬는 것도 괴롭다. 참, 그까짓 사랑이 뭐라고. 우습고 가볍기 짝이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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