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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쌉쌀 Mar 19. 2024

분명히 뭔가 있는데

탐정을 고용해야 하나?

연애 기간이 만 8년, 결혼한 지 만 15년이 되었다.

그동안 남편과 다툰 적도 거의 없고,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어 소원해지는 때는 있었지만 사이가 좋은 편이다. 결혼 기간이 많이 지나며 남편이 짜증을 잘 냈지만 나도 종종 그랬으니 받아줘야지.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남편이 유독 신경이 날카롭고 수시로 짜증을 냈다. 카톡을 하며 실실 웃을 때가 많아지고, 카톡을 할 때는 꼭 핸드폰 방향을 틀어서 보이지 않게 가렸다. 그리고 핸드폰을 곁에서 절대 떨어뜨리지 않았다.

짜증이 잦아진 건 회사 일이 힘들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행동들은 점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저런 적이 없는데……. 나도 한 번도 의심을 하거나 핸드폰을 보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느낌이 이상했다.

다른 여자가 생긴 걸까? 어떻게 알아보지? 뒤를 밟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고 카톡은 볼 수가 없고 다른 방법은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설탐정이라도 고용해야 하나?

이상한 느낌에 일단 몰래 핸드폰을 보았다. 역시나 카톡은 비밀번호로 잠겨 있어서 볼 수가 없었다. 문자에서 친한 형과 주고받은 내용을 보니, 업소 이야기와 해외 성매매를 함께 한 정황이 담긴 이야기가 나왔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온몸이 싸했다.

대체 왜? 요즘 우리 사이도 좋았는데? 내가 질린 건가? 싫어졌나? 주말부부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가? 해외 수시로 드나드는 그 형이 이런 게 좋다 하니 현혹돼서? 또 그 형은 나와도 잘 알면서, 어떻게…?

회사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허락한 해외여행이었다. 바람 쐬고 기분전환 좀 하라고……. 하, 기분전환을 이렇게 할 줄이야.

회사에 있는 남편을 아이들 없는 시간에 집으로 불렀다. 자백을 받고 싶었다.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당연히 아니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내가 본 문자 내용을 하나씩 밝히자 여러 번의 발뺌 끝에 딱 한 번이었다고 실토를 했다. 미안하다고, 그때는 정말 이상할 만큼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버림받은 거다, 난. 그 순간 나의 존재는 떠오르지 않은 거다. 평생의 약속을 저버리고 나를 속였다. 나를 기만하고 배신했다. 난... 버림받은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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