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법 알기, 결국은 사랑
편집자 B의 일기 1
운전을 한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처음 운전했을 때 붙인 <초보운전> 스티커는 아직도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여러모로 고마운 친구다. 주차장에서 조금 서툴러도 뒷사람들이 기다려주었고, 삐뚤빼뚤 엉성하게 주차하다가 도움을 요청하면 다들 선뜻 도와주었다.
나는 못 하는 걸 부끄럽게 여겨 본 적이 없다. 다만, 배우지 않으려고 하는 자세를 부끄럽게 여겼다. 처음하는 일은 뭐든 어렵다. 나도 운전을 잘하고 싶었지만, 그때의 나는 진짜로 능력이 없었다. 후진 주차를 하는데도 두세 번은 왔다 갔다 해야 겨우 일직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끔은 공간 감각을 잃고 기둥을 박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빨리 포기하고 능력자들의 도움과 양해를 구했다. 그래야 서로 편하다. 우물쭈물하는 나도, 그걸 지켜보며 기다리는 다른 운전자들도.
요즘은 그때의 기억으로 나도 <초보운전> 스티커가 크게 붙은 차를 만나면, 배려한다. 마음속으로 외치는 응원은 덤이다.
지금 사는 곳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듣는 이야기가 있다. 어딜 가도 잘할 것 같고,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정말 뜻밖이다. 어릴 때도 자주 즐거웠고, 사소한 일에도 행복해했다. 하지만 그만큼 자주 짜증 내고 쉽게 화를 냈다. 그래서 저런 다정한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크게 없다. 아마 그때는 나를 지금보다 알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원래 새 제품을 사면, 사용법을 숙지하고 손에 익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에서 30년은 아주 조금이니, 나 사용법에 시간이 좀 걸렸을 법도 하다.
날씨가 좋아서, 하늘이 예뻐서 등의 이유로 일상을 행복하게 보내는 편이다. 그렇다고 우울하지 않은 건 아니다. 가끔은 무기력하고 한없이 눈물만 날 때도 있다. 예전에는 그럴 때 밖에 나가거나, 격한 운동을 했다. 생각을 하지 않게끔.
그런데 요즘은 그냥 내버려둔다. 그리고 놀란다. 아, 내가 10만큼 우울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고 살았는데 내 우울이 30까지 깊어질 수 있구나. 새로운 나를 마주한다. 이럴 때의 나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이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소화시키면 되는지 이제는 어렴풋이 안다. 정말 멋진 일이다. 스스로를 마주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일은.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를 엉터리로 사랑하는 채로는 타인을 향한 사랑도 흉내 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나를 바라볼 대면 문득 이십 대의 나에게 수고했고,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 네가 걸어온 길 덕분에 지금의 내가 행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분명 사십 대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감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