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망♣

9화. 아버지의 빈자리

by mark

19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날 때는 가끔씩 장남으로서 꼭 기억해야 할 일들에 대해 가르쳐주신 걸 잘 모를 때다. 그 당시 아버지는 "상근아! 네가 장남이라서 내가 죽고 나면 네가 동생들과 잘 챙겨서 해야 된다. 꼭 기억해라!" 이렇게 알려줄 땐 대충 건성으로 들었다. 알아듣었다 하더라도 메모를 하거나 몸으로 완전히 체득화되게 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삼십몇 년 전의 젊었던 나는 그 무게에 대한 의무감도 덜했고, 당연히 아버지는 계실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교 문화에서 비롯된 일들에 대해 제대로 배운 뒤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이 채 6년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나서야 알았다. "얼마나 그 자리가 큰지"


어제 합천 본적지에 벌초를 다녀왔다. 세상의 흐름만큼 관습의 챙김도 덜해져 산소에 올라가는 산 길도 좁아지거나 없어졌다. 그래도 가르쳐 준 대로 찾아가다가 막판에 잠깐 헤매기도 했다. "인간아! 인간아! 그때 조금만 더 귀담아듣고 기억해 두지? 매번 불안해하며 이게 뭐냐?" 며 자책을 했다. 불편한 몸으로 까꾸리*를 들고 힘겹게 함께 오른 어머니와 산을 엄청나게 싫어하는 집사람이 있어 더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귀찮음을 알기에 오십이 넘은 나와 둘째 동생만 벌초를 했다. 교통이 복잡한 지역에 사는 셋째, 넷째에겐 연락도 안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도 말할 엄두도 못 낸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는 한 해야 할 일은 하되, 대물림은 하지 않아야 될 명절의 관습들...! 몸이 아파도 당연한 의무라 기쁨이라 여기고 했던 부모님 세대... 그 일을 이어가고 있는 나! 아무리 좋은 미풍양속으로 이해하더라도 자식들에겐 물려주지 않고 끊어내야 할 이 전통!


그 고민과 결단 속에 있는 나를 보며, "왔나? 열심히 해야 된다. 아껴야 된다. 겸손해야 된다. 가진 것의 삼 푼은 숨겨라!" 이런 짧은 소통밖에 없었던 고생만 하다 환갑에 돌아가신 선친이 많이 생각난다.


*까꾸리: 갈퀴의 방언(경상)

→ 검불이나 곡식 띠위를 긁어모으는데 쓰는 기구. 한쪽 끝이 우그러진 대쪽이나 철사를 부챗살 모양으로

엮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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