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망♣

8화. The buck stops here

by mark

07년 9월 7일 10:30분경 직책과장 인사발령서를 송부받았을 땐 부담감도 있었지만 간부로 승진했다는 기쁨으로 잠시나마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그 성취감을 안고 12:30분경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 앞에서 대기줄에 서 있는데, 현장직장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과장님! 어딥니까? 큰일 났습니다. 지금 우리 사람이 쓰러져 의식불명입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하얘졌다. 그리곤 사고현장으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바로 갔다. 가는 길에 쓰러진 분을 후송하는 앰뷸런스와 마주쳤다.


그 이후론 내 인생의 악몽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한 사람의 운명, 갑작스레 가장을 잃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일을 마주한 그분의 가족, 사고조사, 두 번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 위해 수립해야 할 대책, 내 관리책임으로 발생했지만, 나와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지운 필벌 등등


그 모든 일들이 나로 인해 벌어진듯하여 너무 고통스러웠다. 왜냐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책임을 질 수도 있는 규모가 아니었으므로...


그 후에 안전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전긍긍했다. 그런 상태였으니 나로부터 표출되는 언행들이 함께 하는 사람들에겐 칼날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제된 언어로 소통할 수 있음에도 거칠게 표현하고, 세련되고 인내하는 행동으로 대응할 수 있음에도 볼쌍사납게 하니, 같이 일하는 모두가 긴장된 상태에서 스트레스받으며 일할 수밖에 없었다. 이십 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몇 번을 돌이켜봐도 참! 못난 짓이다. 그때 그 시절의 동료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그런 시간들 속에 07년 10월쯤 우연히 만난 문구가 'The buck stops here'이다. 세계 2차 대전 중에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Harry Truman)이 재임 시절 탁상에 비치했던 명패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 전 여러 격론 속에 이 말을 하면서 최종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때 머릿속이 선명해졌다.

"아! 문제가 생긴다고 혹시나 또 여파가 있지 않을까?"이런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그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능동적 태도이면 모든 게 달라지겠구나! 싶은 생각이었다.


그 후엔 1%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작업현장은 항상 문제가 생긴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일은 먼저 신속한 문제해결과 더불어 더 나은 근원적인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언제든 직책에서 물러난다. 는 마음가짐이다 보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금껏 버텨온 듯하다. 때때론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나날도 있었지만 '책임'이라는 무게를 되새김질하며 견뎠다. 조만간 이 무게도 내려놓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홀가분할 듯하다.


세상에 놓인 어른이라면 누구나 감당할 무게가 있다. 가장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남자로서, 여성으로서, 법으로서, 상식으로서, 리더로서, 책임자로서, 국민으로서... 세상엔 정해진 답은 없다.


모두가 한 번씩 힘들 때 이 말을 되뇌어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The buck stops here'


마지막으로 내가 달력에 적어놓고 매일 보는 인생글귀로 마무리한다.

" 회의도 있고 유혹도 있고 좌절도 있겠거니, 견디며 이기며 가는 저 끝 어디엔가 보리가 있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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